숙대 아시아여성연구소 '한국 여성 근·현대사' 2편 펴내…정치·문화·인물 여성사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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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데모를 하는 부산 시내 여학생들.(60년) 오른쪽은 74년에 시행된 미니스커트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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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남성들이 써온 역사는 반쪽짜리 역사였다. 여성의 역사는 드러나지 않아서다. 그런 점에서 개화기부터 2000년까지 100여 년간의 여성 역사를 다룬 '한국 여성 근·현대사'(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 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여성의 시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해 잃어버린 반쪽의 역사를 복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정치, 여성문화, 인물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한번에 3권씩, 총 9권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여성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3년 나온 1편이 개화기부터 1945년까지의 여성들의 삶을 다뤘다면 최근 나온 2탄은 1945년부터 80년대까지를 다뤘다. 8·15 광복, 한국전쟁, 산업화에 이르는 이 시기에 여성은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이 책 면면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르게 여성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며 이를 토대로 양성평등사회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치사회사 편에서는 광복과 전쟁 등 역사격변기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 막 싹트기 시작한 여성운동, 가족법 개정운동 등을 다뤘다. 특히 1945년 결성된 최초의 여성정당인 '대한여자국민당'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여성의 힘을 모아 남성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진정한 민주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대한여자국민당은 창당 이듬해인 46년에 여자국민당대의원회 및 전국여성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47년 미군정시절 45석 중 4석을 차지했던 여성의원 중 신의경, 황신덕 의원은 '여러 가지 조건으로 여성의 진출이 어려우니 여성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방법'의 하나로서 국회에도 여성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 일화도 눈길을 끈다.

문화사 편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해체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행상에 나선 여성가장, 경제성장과 더불어 등장한 중산층 전업주부, 높아지는 교육열기로 인해 불었던 엄마들의 치맛바람 같은 문화적 이슈들을 다뤘다. 그와 동시에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맞서 댄스 문화, 미니스커트, 가요, 페미니즘 미술운동 등 성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여성들의 문화도 빼놓지 않았다. 전쟁미망인 남정도(사망), 최후의 여성빨치산 정순덕(사망), 기지촌 여성 윤점균(69), 의사 박양실(70)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의 경험을 필자들이 직접 듣고 받아 써 완성한 인물사 편은 근·현대사 속에서 여성 삶이 어떠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는 책의 발간과 함께 집필과정에서 발굴한 사진자료를 모아 '여성의 시선, 여성의 삶-한국여성 근·현대사 100년전'을 숙명여대 내 청파갤러리Ⅰ에서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개최한다. 활자와는 다르게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갖는 생생함이 역사 속 여성사, 통사로서 여성사가 부여하는 의미를 새롭게 전해준다.

'한국 여성 근·현대사2' 전 3권(정치사회사·문화사·인물사) /숙명여대 출판국/ 각권 1만

5000원

'여성의 시선, 여성의 삶-한국 여성 근·현대사100년전' 문의: 02-710-9177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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