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활과 양성평등에 대하여

“남학생이 더 심한 처벌 받을 때 남녀 차별 느껴요”

가장 원하는 것은 학습 부담서 벗어난 휴식 시간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공포한 지 80여 년이 흐른 2005년, 푸른 5월 83번째 어린이날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그러나 요즘의 어린이들은 부모들의 과잉보호 속에 개인주의화되어 가고 과중한 사교육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다. 반면 여성부가 전국 137개 초등학교 학생 1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성평등교육 실태조사'결과에서는 초등학생의 양성평등 의식은 대체로 높지만 행동이나 규범 등에 대한 성 역할 고정 관념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신문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 4명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의 생활과 꿈을 들어보는 토론회를 4월 25일 열었다. 이번 토론에는 덕수초등학교 6학년 이유영 양과 한정우 군, 논현초등학교 6학년 박현호 군, 서래초등학교 5학년 조윤서 양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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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위해 모인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먹해 했으나 그들만의 감성으로 곧 친숙해졌다. 오랜만에 학원 부담을 잊고 공원에서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 왼쪽부터 서래초등학교 5학년 조윤서 양, 논현초등학교 6학년 박현호 군, 덕수초등학교 6학년 한정우 군과 이유영 양이다.

- 학교 생활에서 남녀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때가 있었나.

박현호 : 똑같이 잘못을 해도 남학생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 것 같아요. 남학생들의 경우 선생님이 때리기도 하는데 여학생들은 두 손을 올리고 앉아 있는 등 남학생보다 가벼운 벌을 받아요.

조윤서 : 여학생들도 힘이 센데 힘든 일은 언제나 남학생들만 맡는 것 같아요. 청소를 할 때에도 책상 옮기기 같은 건 남학생만 하고 여학생은 걸레질만 해요.

- 이유영 양과 한정우 군은 전교 회장과 부회장인데 여학생이 전교 회장인 적이 예전에도 있었나.

한정우 : 유영이는 우리 학교 최초의 여자 회장이에요. 제가 득표 수가 모자라 부회장이 됐지만 전교회장 맡는 데 남녀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당선된 것에 만족하고 엄마도 당선만 되라고 하셨어요.

이유영 : 정우랑은 같은 반 친구로 함께 출마했는데 장래를 위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초등학교에 남자 선생님이 적다고 느끼나.

이유영 : 선생님이 25명쯤 계시는데 남자 선생님은 5명뿐이에요. 우리 학교에선 남자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보다 재밌게 가르치셔서 인기가 더 많아요.

한정우 : 남자 선생님이 혼내실 땐 더 무서워요. 여자 선생님은 때리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 남학생, 여학생이 자주 어울리는 편인가.

한정우 : 남자 여자 따로 노는 편이에요. 남학생들은 축구나 말뚝박기를 주로 하고 여학생들은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는 체육시간에 처음으로 축구를 같이 했는데 여학생들은 뛰기 싫어하고 앉아서 응원만 하려고 했어요.

박현호 : 우리는 체육시간에 남녀가 같이 축구 하는데.

이유영 : 평소 여학생들끼리 가깝게 지내는데 집이 가까운 친구들이 다 남학생들이라서 하굣길에는 같이 가기도 해요.

- 학교에서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느낄 때는.

이유영 : 조별 학습시간에 남학생들은 놀기만 해요. 그러다가 보고서를 낼 때만 여학생 것을 베껴서 내요. 보여주기 싫어도 조별 점수에 영향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보여줘요.

한정우 : 지난번에는 학급회의 때 '나무를 심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남학생들이 '학교에 나무가 많은데 뭣하러 심느냐'며 딴죽을 걸었어요. 학급회의 때는 여학생들이 더 진지한 것 같아요.

- 초등학생들도 학원에 많이 다닌다던데.

박현호 : 과학·한자·영어·국어·수학 등 5과목의 과외 수업을 받고 있어요. 친구들과 만나 놀 시간이 없어요. 반에서 학원에 안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한정우 : 수학·미술·체육·영어 학원에 다녀요. 수학·체육은 좋아하지만 미술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조금만 더 해보고 그만두래요.

이유영 : 저는 아는 언니한테 수학만 배우고 있어요. 엄마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만 과외를 받도록 해주셨어요.

- 여가시간이 별로 없을 텐데 어떻게 활용하나.

박현호 : 다른 친구들도 다들 학원 수업으로 바빠서 모일 시간이 없어요. 스타크래프트나 카트라이더 등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한정우 : 주말에 체육 수업을 받을 때 만나서 PC방에 몰래 가기도 하는데 주로 메신저로 만나요. 특히 숙제를 베낄 때 많이 이용하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 숙제가 다 같을 때도 있어요.

이유영 : 미니홈피를 꾸미면서 놀아요. 친구들도 대부분 미니홈피를 갖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편이에요. 밤에는 TV드라마를 즐겨보는데 엄마와 채널 싸움을 할 때도 있어요.

조윤서 : 집에서 엄마가 TV 코드를 빼놓고 못 보게 하셨는데 언니랑 몰래 보기도 해요.

- 곧 어린이날인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한정우 :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고 싶어요.

이유영 : 가족과 외식도 하고 싶은데 아빠가 바쁘셔서 시간을 잘 못 내요.

조윤서 :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 어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박현호 : 아이들이 가진 능력보다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좀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한정우 : 특별히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하기 싫은 과외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박윤수 기자 birdy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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