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추상미술 대표화가 최욱경 20주기 회고전

‘얼음 같기도 하고 불 같은 장작 같기도 하고 눈처럼 하늘에서 매일 내려오는 여자’(최욱경을 노래한 시, 김영태의 ‘화산 같은 여자’중)

자신의 재능을 불꽃처럼 사르고 떠난 여성 화가 고 최욱경(1940∼85)의 20주기를 기념하는 회고전이 6월 26일까지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최욱경은 화가로 활동한 20여 년의 시간 동안 500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어낸 열정적인 작가로 이번 회고전은 그의 사후에 열리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을 포함, 초기 작품부터 말기 작품까지 40여 점이 소개돼 주목을 끈다. 70년대 중반 무채색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화단을 점령했을 때, 미국에서 갓 귀국한 최욱경은 18세기 인상파를 연상케 하는 대담하고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으로 우리나라 화단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최욱경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성향을 보이는데 우선 미국 유학을 떠난 63년부터 일시 귀국한 71년까지는 구체적인 형상이 나타나지 않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붓질과 원색의 색채가 강한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대부분이다. 71년부터 78년 사이에는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원색보다는 노랑, 분홍, 보라, 파랑 등 밝은 색깔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뉴멕시코에서 활동한 76년 이후의 작품들은 그의 색채적 관심이 자연이라는 주제와 결합돼 새, 꽃, 물고기 등을 표현한 율동적인 곡선으로 가득 차게 된다. 78년 이후 85년 사망 때까지 그는 영남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며 눈 뜬 자연의 미에 대해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강렬한 태양광선과 광선에 의해 달라지는 사물의 색채를 표현하며 밝은 파스텔 풍의 변화를 보인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최욱경은 부친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열 살 때부터 김기창(1914∼2000), 박래현(1920∼76) 화백 부부의 화실에서 개인 지도를 받았고 서울예고와 서울대 미대를 거치며 엘리트 화가로 성장했다.

그가 중학생 때 그린 데생을 보고 홍익대 미대생들이 자신들의 그림보다 낫다고 할 정도였으니 최욱경의 감각은 당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미국 유학 당시 동양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았던 경험을 통해 여성 작가로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귀국 후 여성 미술가를 키우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 강단에 섰다.

45세라는 젊은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은 불꽃처럼 살다 꺼져간 다른 여성예술가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불타는 예술혼과 예술가로서 짊어져야 했던 깊은 고독, 이를 술과 담배로 달랬던 그는 85년 7월 어느 날 아침, 과음 후 수면제 과다 복용에 의한 심장발작이라는 사인을 남긴 채 이 세상을 등졌다.

재능에 비해 큰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는 젊은 화가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재직했던 덕성여대 출신 제자들과 동료 화가들이 2주기를 기념하는 추모행사를 따로 마련했을 정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당시 우리 화단에는 최욱경만큼 강한 색깔을 쓰는 화가가 없었다”며 “추상표현주의와 인상주의를 섞어 놓은 듯한 그의 그림은 젊은 작가들에게 큰 자극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가르쳤던 한 은사는 그의 그림에 대해 “깊은 바다에 빠진 듯한 고독과 폭발하는 화산과 같은 강렬한 색채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문의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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