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기와 노인 보살피기 노동인가, 사랑인가

우리나라 가임 여성의 출산율은 1.19명. 가히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까지 당연시된 세대 재생산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자식을 낳아 돌보고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오래 전부터 여성들의 몫이었다. 돌보고 보살피는 일은 가정에서 여성들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무보수였고, 노동이라기보다는 ‘사랑’으로 간주됐다. 이를 소홀히 하는 여성은 나쁜 엄마고 나쁜 며느리로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과연 아이들을 돌보고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사랑인가, 노동인가?

여성학자들은 여성 노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친절, 미소, 돌봄 등의 요소들을 ‘감정노동’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노동자의 감정 상태나 감정적인 표현을 조절하는 능력이 활용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또한 여성학자들은 현재의 노동 개념이 경제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장 영역 외부에 위치하는 자급적 생계노동과 가정 내 노동을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이 돌보기와 노인 보살피기는 감정노동의 개념에서 살펴보면, 자신의 감정 상태나 감정적인 표현을 조절하는 능력이 활용된다는 측면에서 노동이다. 그러나 감정은 합리성에 대립된 개념으로 평가 절하되었으며, 더욱이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짐으로써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돌봄노동은 여성들이 오랫동안 수행해온 노동으로서 여성적 가치를 형성하는 기초로 인식하고 있다. 돌봄과 보살핌의 가치는 갈등과 경쟁보다는 사랑, 연민, 봉사이며, 미래 사회의 지향해야 할 가치로 제시되고 있다. 돌봄과 보살핌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일로서, 단순한 이익 창출 이상의 귀중한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돌봄노동의 사회화 필요성에 대하여 강조해 왔다. 돌봄노동의 사회화는 돌봄노동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부여를 요구하고 돌봄노동의 방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요즘 국가위기론으로까지 확대 해석되고 있는 여성들의 출산 기피 현상은 출산의 포기라기보다는 출산 및 돌봄노동의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여성들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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