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 파괴 냉매 대신할까 기대

올 여름은 100년 만의 무더위가 될 것이라는 둥 아니라는 둥 실랑이가 한창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일기예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나 서민들은 답답하긴 매한가지이다. 언제부터인지 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날 수 없게 되어버린 탓에, 여름 더위 예보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또 하나 여름 더위 예보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냉각기술의 등장이다. 현재 에어컨이나 냉장고에 사용하는 냉매 가스의 환경 위해성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냉각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싼값으로 따진다면 프레온가스만큼 만만한 게 없겠지만, 문제는 이 가스의 사용이 앞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이면서도 효과는 탁월한 새로운 냉각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술은 바로 소리로 공기를 차갑게 식히는 이른바 음향 냉동(냉각) 기술이다.

음향 냉동기술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무려 1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니, 꽤나 유서가 깊은 기술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 낯선 것은 프레온 같은 냉매를 이용한 기술에 밀려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에 새삼 눈길이 가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지금껏 사용하던 냉매 가스의 사용이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져 사용이 금지된 프레온(CFCs) 가스는 물론이고 그 대체물질조차도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사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뭔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뒤늦게 전혀 다른 개념의 냉각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동시에 음향 냉동기술에 대한 관심도 되살아난 것이다.

음향 냉동기술은 말 그대로 소리를 이용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말한다. 소리로 온도를 낮춘다니 무슨 무협소설에서나 등장하는 ‘남하빙월(南河氷月)’이라는 묘한 이름의 고수처럼 기합 소리로 상대를 얼려버리는 광경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음향냉동 기술은 사실 아주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한다.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 또한 내려간다는 아주 상식적인 원리가 그것이다.

즉 소리로 압력을 낮추고, 그것으로 냉각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의 압력(음압 音壓)을 이용하는 것이다.

음압은 동작 중인 스피커에 손을 대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스피커가 퉁퉁 튀면서 마치 피스톤처럼 들락날락하는데, 이것이 바로 음이 가진 압력 때문이다. 이렇게 피스톤처럼 움직이는 기술을 이용하면 압력을 낮추고 온도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스피커를 밀봉된 관 속에 넣으면 음압에 따라 스피커가 들락날락할 것이고 이에 따라 관 안의 공기도 압축되었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주사기의 손잡이를 눌렀다 빼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압축될 때 발생한 열을 밖으로 빼내면 이완될 때 온도가 낮아지므로,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온도는 점점 차가워져 빙점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런 원리를 이용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연구팀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냉동고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아직 이 기술은 상용화까지 이어지지는 못 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환경 파괴로 인한 재앙이 점점 거세질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친환경 기술에 지불하는 대가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어쩌면 조만간 우린 여름 특수를 노리는 가전제품 광고에서 이들 새로운 냉동·냉각시스템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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