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나라살림]

정부의 정책은 기획서에 그려진 내용이 예산과 조직이라는 정책수단을 통해 실제 국민에게 전달됨으로써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를 추진할 예산이 부족하거나 실행해줄 조직이 부실하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정책실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기관 간 경쟁은 치열하다.

정부의 일년 예산 사이클은 이렇다. 매년 5월 말까지 각 부처는 기획예산처가 미리 제시한 예산총액규모(ceiling)에 맞추어 예산안을 편성하여 제출한다. 기획예산처는 이런 예산안들을 종합하여 정부안을 만들고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10월 초(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제출된 정부예산안을 최종 심의하여 확정한다.

올해 5월 말에 제출된 2006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정부 내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이슈 중 하나는 복지예산의 확대였다. 각종 복지부문 예산을 확대하고자 하는 사회 부처들의 노력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 경제는 아직 분배보다는 성장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우려를 접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 성장은 경제 분야의 지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가?

여성부는 지난해부터 보육정책을 추진하는 주관부처가 되면서 예산 규모가 전년에 비해 10배 정도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부의 2005년도 보육예산 6000억 원은 공보육 확대와 보육서비스의 질을 제고한다는 정책목표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선진국의 기본조건이라고 말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정책 화두를 줄기차게 던져왔다. 최근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출산휴가를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을 전액 고용보험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로 본다. 그러나 그렇게 출산한 자녀의 안전한 양육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취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그런 연유로 여성부는 앞으로 보육재정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정책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성부의 입장은 한정된 재원을 기반으로 각 부처의 다양한 요구에 응해야 하는 예산당국의 입장과 충돌한다. 예산당국은 보육에 대한 지출이 고속철도를 건설하거나 IT기술을 하나 개발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외부경제효과가 발생하는 투자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보육 대상 아동에 대한 복지라는 측면 외에도 여성 인력 활용이라는 측면, 종사자의 고용시장 측면, 장래 노동 인력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까지 보육의 효과는 더 넓고 깊게 계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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