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나라살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지금 법무부는 6월 임시국회에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안을 제출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인 지난 1∼2월에 언론을 통해 법무부안이 소개된 이후로, 정부는 새로운 신분등록부에 대한 적극적 홍보는 물론 의견 수렴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신분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험운영을 하기 위한 기간이 최소 2년 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8년 1월 시행을 위해서는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로운 신분등록부는 개인별 편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호적보다도 더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의견의 적극적 수렴 없이 국회 통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호주제 폐지의 진정한 의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보호하고, 현행 호적이 지니고 있는 성차별적 인권침해 요소를 최소화하면서도 적절한 신분공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사생활 보호는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필요 이상의 가족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신분등록원부에는 1인 1적이라는 취지에 맞게 개개인의 신분 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기록해야 한다. 가족관계 확인을 위해 가족의 신분정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데이터 베이스(DB) 검색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 형제자매, 배우자 부모, 자신과 배우자, 부모의 사망 여부를 공시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현행 호적에서도 분가한 차남과 결혼한 딸을 확인하려면 제적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새로 마련한 신분등록제에서는 이 모든 가족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둘째, 본적을 유지하면서 부부와 미혼 자녀는 원칙적으로 동일 본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전산화된 신분등록 시스템하에서 검색 기준을 목적으로 본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며, 그동안 본적이 우리 사회에서 지역 차별을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부부와 미혼 자녀가 동일 본적을 유지하고, 부부 간에 본적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혼 자녀는 부(父)의 본적을 따른다는 원칙은 남성이 여성에 우선한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 중심 사고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행 호적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정부의 신분등록원부를 보면서 ‘호주제 폐지된 거 맞나’라는 비난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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