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이혼율은 조금 줄어들었는데 결혼 20년차 이상의 황혼이혼율은 계속 느는 추세라고 한다. 작년에는 전체 이혼 건수의 20퍼센트 가까이에 달했다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어느 한 구석 빠르게 변하지 않는 곳이 없는 나라이다.
젊은 사람들은 이왕 헤어질 거면 속전속결로 초장에 결판을 낼 일이지 실컷 참고 살다가 왜 다 ‘늙어 빠져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혼을 하냐며 의아해 하는 눈치이다. 그러나 예전 같으면(예전이래 봤자 불과 10년 안팎 이전이겠지만) 옳다구나 흉보느라고 바빴을 같은 연배의 여성들은 전혀 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차마 환영까진 못하지만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어” 라며 조용히 연민 어린 격려를 보낸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을 우습게 본다. 그게 다 페민지 뭔지 하는 못된 여자들의 선동 탓이라며 핏대를 올리는 남성들도 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황혼이혼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힘을 잃은 데다, 결정적으로는 장수시대의 도래 때문이다. 거기에다 점점 더 아이들을 조금 낳으며 그 소수의 아이들에게서 더 이상 노후보장보험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작용한다.
쉽게 말하면 살 날은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그 긴 인생을 더불어 살 사람은 남편 한 사람 밖에 없으니 그 남편과의 관계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냐고? 물론 안 그랬다. 
대가족 시대야 말할 것도 없고 핵가족이 보편화되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부부관계라는 게 뭐 그리 신경 쓸 게 있으랴 싶었다. 먹기도 힘든 시대에 바깥에 나가 돈을 벌어 오는(혹시 돈을 못 벌더라도) 남편은 무조건 떠받들어야 할 존재였고 아내의 눈앞에는 온 힘을 쏟아 뒷바라지 해 주어야 할 아이들이 있었다.
이래저래 남편이 좀 못마땅하더라도 아이들 키우는 맛에 젊은 날은 그런 대로 흘러갔다. 아이들이 다 크면 나이가 들 테고 그 때가 되면 남편에 대한 미움쯤이야 훌훌 날려 버리고 죽을 때까지 알콩달콩은 바라지 못할망정 얼마 안 남은 세상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내리라.
그런데 웬걸. 아이들이 다 컸는데도 살아갈 날은 엄청 길기만 하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벌써 여든이나 됐는데 앞으로 얼마나 길어질지 또 모른다.
아이들은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느라 제 앞가림하기에도 바쁘니 언제 엄마의 속을 헤아릴까. 결국 남편과 단 둘이 장거리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한데, 그 남편은 과연 괜찮은 길동무일까. 남편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요즘 5060세대의 남편들을 대학생에 비긴 유머가 인기다. 건망증에다 메모 안 하는 악습까지 겸비한 탓에 반은 잊었지만 그나마 반은 건졌다.

예일대생: 예전부터 하던 일을 계속 하는 남편
하바드대생: 하는 일 없이 바쁜 척하며 드나드는 남편
하와이대생: 하루종일 와이프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남편
이집트대생: 집에 앉아서 이 트집 저 트집 잡기만 하는 남편

물론 이 중에 누가 황혼 이혼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부관계처럼 오묘하고 복잡한 것도 또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젊었을 때는 어찌어찌 잘 굴러 왔다 하더라도 나이 들면 두 사람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노년이 행복하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내친 김에 유머 한 편 추가요. 아내가 친구와 여행을 떠나면서 남편에게 메모를 남겼다. 냉장고에 붙인 메모지에는 다음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까불지마.

까: 가스  조심
불: 불 조심
지: 지퍼 조심
마: 마누라에게 전화하지 마

아내가 돌아오니 냉장고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역시 네 글자. 웃기지마.

웃: 웃을 일 많고
기: 기쁠 일 많고(혹은 기집애 많고)
지: 지퍼 내릴 일 많고
마: 마누라한테 전화할 일 없음

이런, 뒷북인가요?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