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여성의 부자의식

“부자 되세요∼”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인사다. ‘티끌 모아 태산형 부자’에서 ‘로또 대박부자’까지 부자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식을 줄 모른다.
본지는 창간 17주년 기념 특집으로 20∼50대의 우먼잡링크(
www.womanjoblink.co.kr) 회원 1235명을 대상으로 ‘부자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여성들은 설문에서 ‘20억 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며, ‘저축’으로 ‘성실한’ 부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여성의 경제적 소외는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집자 주>

여성, 최소 ‘20억’은 있어야 부자

2050 여성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조건은 30억∼40억 원(25.7%), 40억∼50억 원(23.1%), 20억∼30억 원(20.8%), 50억 원 이상(9.6%)으로 20억 원 이상을 꼽은 여성이 전체의 79.2%나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33.7%가 자신이 앞으로 벌 수 있는 돈은 ‘5억∼10억 원’이라고 답해 현실과 부자에 대한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로는 학생과 주부가 30억∼40억 원 이상을, 주부는 20억∼30억 원 이상을 부자의 조건으로 꼽았지만 자영업자(21.5%)는 5억∼10억 원, 공무원(46%)은 10억∼20억 원이라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22.2%)는 10억∼20억 원을, 고·대졸 이상은 압도적으로 30억∼40억 원을 부자의 조건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학원졸 이상은 20억∼50억 원 이상까지 비교적 고른 답변이 나왔다.
여성들은 부자에 대해 상당히 개인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질문에 대부분 즐기며 살기 위해서(33.6%),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24%), 2세를 위한 교육에 투자하기 위해서(20.7%), 독립적인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12.7%)라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44.4%)와 30대(36.6%)가 즐기기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40대(31.3%)는 ‘2세 교육 투자를’, 50대(27.7%)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편, 20∼40대 여성 중 10% 미만이, 50대는 21.5%가 ‘남을 도우며 살기 위해서’라고 답해 젊은 여성들의 ‘부자의 사회적 공헌 의무’에 대한 의식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젊은층·고학력 ‘부자의 기준’ 높아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는 20대(56.5%), 30대(55.2%) 모두 ‘저축’을 꼽았고, 40대(41.4%)와 50대 이상(32.3%)은 부동산 투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전체 평균으로는 역시 저축(46.1%)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또 20∼50대 모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성(24.1%)과 종자돈(22.2%)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티끌 모아 태산형’ 부자를 꿈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44.6%), 공무원(35.1%), 전문직(30.9%)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며, 전문직의 경우 주식투자(26.4%)에 대한 선호도가 타 직업에 비해 높게 나왔다.
그러나 ‘현재 여유자금이 있다면 무엇에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부동산 투자(36.1%), 은행저축(28.7%), 주식투자(14.1%) 순으로 답해 ‘재테크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은 또 자신이 ‘어느 정도의 경제지식을 갖고 있다’(39.4%)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37.1%), 대졸(45.9%), 대학원 이상(37.5%)이 ‘경제지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고졸(34.8%), 전문대졸(27.8%), 대학 재학(29.2%) 은 ‘별로 없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35.4%)은 ‘아주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40대(36.7%)는 ‘별로 없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전문적 경제공부 노력은 ‘아직’

‘경제·재테크 정보를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신문(28.5%)과 인터넷(26.5%),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의 대화(17.5%) 순이었다.
학생(42.3%)과 전문직(28%)은 신문을, 직장인(30.2%)은 인터넷을, 주부는 가족과 주변의 대화(29.9%)를 선택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39.7%)는 인터넷을, 30대(35%)와 50대(35.4%)는 신문을, 40대(27.8%)는 주변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40.8%), 고졸(27.7%), 전문대(35.5%)가 신문을, 대학재학(33.5%) 및 대졸(30.5%)은 인터넷을, 대학원은 인터넷(25%)과 전문서적(25%)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들이 정보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준비는 하고 있지 않아 부자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은 부족함을 엿볼 수 있다.

여성, 부자드문 건 사회구조적 차별 때문

한편 ‘여성이 남성보다 큰 부자가 드문 이유’에 대해서는 남성에게 경제권이 있기 때문(32.8%),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30.7%), 여성이 돈 벌 기회가 적기 때문(25.4%)이라고 답했다.
20대(35.7%)와 40대(30.9%)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30대(39.5%)는 ‘경제권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 50대 이상(27.7%)은 ‘여성이 돈 벌 기회가 적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학력별로는 전문대졸(30.5%), 대졸(36.3%), 대학원 이상(41.1%)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고졸(25.8%)과 대학 재학(43.3%)은 ‘경제권이 남성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소외가 여성 자신의 의식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진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 차별은 줄었지만,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지금의 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구조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여성들은 재산의 의미를 ‘가족 공동의 것’으로 생각했기에 ‘아이를 위한 투자’ 등에 무게를 두었다면 젊은 여성들은 ‘개인의 인생을 즐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 “여성들이 전문지식보다 신문·인터넷 등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어릴 때부터 실질적인 경제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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