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JPG

*정부수립 50년이지만 이제서야 여성들이

전부처로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간다.

올해로 정부 수립 50년. 행정부 여성의 역사도 50년이다. 하지만 정부부처엔 아직도 사무관

이상의 여성은‘홍일점’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리고 사무관 이상에 여성이 한명도 없는

부처도 여러곳이다. 여성들의 부처별 분포도 양분된 모습이다. 법조, 경제, 과학파트에는 여

전히 ‘극소수’이고 복지·노동·교육에 ‘편중’돼 있다.

두배이상 일해야 살아남는 이들 ‘수퍼우먼’은 육아문제로 또다른 여성 희생위에서 일하

고 있다. 전분야에서 ‘여성의 주류화’가 최근 여성계의 최고 이슈이지만 주류화를 외치기

에도 너무 열악한 조건인 것이 행정부 여성들의 현주소이다. 21세기에는 홍일점 시대를 넘

어서야 한다.

'편집자주'

행정부 여성을 크게 네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부류는 30년 이상 장기근속으로

현재 국장직에 오른 몇 안되는 여성들이다. 노동부 김송자 국장, 보건복지부 김명숙 국장,

통계청 김민경 국장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대체로 60년대초반 대학을 다녔고 올해 35년

이 넘는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내부승진으로 차관직에 오를 수 있는 주인공들이다.

둘째는 20년이상 장기근속자들 및 행시출신 1세대 여성들을 꼽을 수 있다. 과장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여성공직자들 사이에서는 허리부분을 차지한다. 노동부 신명과장, 보건복지부

양인숙 과장, 특허청 김혜원 과장이 대표적인 경우. 현재 과장직에 있는 행시출신 1세대는

보건복지부 장옥주 과장(25회), 노동부 정현옥 과장(28회), 여성특위 이복실 과장(28회), 환

경부 이필재 과장(29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전재희 전광명시장(13회)의 맥을 잇는 사람들

이다.

90년 이후 여성 행시합격 두드러져

셋째는 10년이상 공직생활 끝에 현재 사무관에 승진한 여성들과 90년대부터 대폭 늘기 시작

한 행시출신의 여성들이다. 재경부 노승숙씨, 이인옥씨, 신언주씨, 국방부 백경희씨, 김송애

씨, 유향미씨, 통일부의 황정주씨가 전자에 속한다. 90년 이후 대폭 늘기 시작한 행시출신

여성들은 그동안 금녀의 영역이었던 부처에 홍일점의 역사를 만들기 시작한 주인공들이다.

90년(33회) 여성합격자는 4명, 91년(34회) 3명, 92년(35회)7명, 93년(36회) 10명, 94년(37회) 8

명이던 것이 95년(38회)에는 15명, 96년(39회) 19명, 97년(40회) 18명으로 늘었다. 이들로 인

해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농림부, 건교부, 검찰청, 병무청, 철도청, 공정거래위원회, 청소년

보호위원회에 ‘최초의 여성사무관’ 탄생이라는 기록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 부류는 박사 및 외국어 특채 출신 공직자들이다. 90년이후 박사특채는 여성이 행

정부에 발을 디디는 중요 통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허청과 통계청이 대표적. 특허청에는

25명, 통계청에는 6명이 박사특채 여성들이다. 이밖에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위원회, 식품의약

품안전청에도 박사출신 여성들이 최근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외국어 특채로는 행정자치부

의 황인자 여성담당관, 정보통신부 김혜영 서기관, 환경부의 유호 사무관, 이인숙 사무관을

들 수 있다.

복지, 노동, 교육 ‘편중’

여성공직자들의 부처별 분포는 양분된 모습이다. 법조, 경제, 과학파트에는 여전히 극소수.

법무부의 경우 여검사 두명이 전부이고 사무관 이상에는 한명도 없다. 또 과학기술부, 예산

청, 관세청, 중소기업청, 금융감독위원회, 중소기업특위에도 사무관 이상 여성은 한명도 없

다. 재경부의 경우 사무관 이상이 다섯명이지만 전체 사무관 이상이 5백명인 것을 감안하면

극소수이긴 마찬가지. 반면, 보건복지부, 노동부, 교육부, 여성특위에 여성들이 집중돼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사무관 이상이 18명, 노동부 10명, 교육부 9명, 여성특위 12명이다.

“두배이상 일해야 살아남는다”

여성 1호라는 부담감을 가지며 생활해야 하는 이들 공직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두배이상 일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일단 이들은 모든 면에서 ‘튄다’. ‘최초’라

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고 주위에 남자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당사자는 주위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주위사람들이 이들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 보면 끝까지 기

억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제각각이다. 유리한 점으로는 산업자

원부의 안미정씨를 예로 들 수 있다. 국제회의에 나가면 “내가 본 첫 한국여성대표”라는

말을 들어온 안미정는 지난 3월 타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부처자체가 흔들리는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의 부서이동을

원치 않는 사람은 그의 국제 파트너들이었다. 이들은 산업자원부장관에게 편지를 띄워 “안

미정씨와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전달, 결국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다.

불리한 점은 한 집단내에서 소수세력들이 겪는 고질적인 어려움들이다.

한번 실수가 오래 남고,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들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들은

“잘못한 경우 소문이 너무 빠르다”, “여자니까 그렇지 하는 소리를 반드시 듣게 된다”

고 털어놓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배이상 해야한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육아문제 가장 힘들어 과천 어린이집 ‘그림의 떡’

기혼 여성공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육아문제였다. 일과 아이키우기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세종로 정부청사나 독립 청사의 공직자들은 과천정부청사를 부

러워했다. 과천정부청사에는 95년부터 운영해온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천 청

사의 여성들은 “득되는 거 없다”고 말한다. 어린이집 운영시간과 일과시간이 맞지 않아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오후 6시

정시 퇴근할 수 있는 날은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육아문제는 친정과 시댁을 통해 해결하

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혼여성의 경우 어려운 점을 “쉽게 보여지는 것”을 불만으로 털어놓았다. 당당한 정책

입안자의 위치인데도 20대 미혼 여성이 제대로 대접받기란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미스 김” 수준의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를 더 큰 어려움이라고 지

적했다.

정부수립 50년이지만 이제서야 여성들이 전부처로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는 수준인 지금

으로서는 홍일점의 기록을 빨리 깨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이와 함께 소수 여성들이 제위치

를 확보할 수 있기 위한 제반 여건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숙 기자'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