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에 ‘인터넷 문화’도 포함을
남 위원은 “성폭력의 유형이 갈수록 다양화되는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이면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 역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그는 자유게시판이 제공되는 23개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폭력 유형을 ▲음란한 농담·성적 욕설을 하는 ‘성적 침해형’ ▲성역할·외모 비하의 ‘성차 비하형’ ▲성매매·강간 등 일탈을 조장하는 ‘성일탈 강요형’ ▲성에 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해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야기하는 ‘성적 명예 훼손형’으로 나눴다.
이런 유형의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으로 89.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 가산점 문제나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 여성운동가·단체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성적 욕설·굴욕감·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성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도 14%에 달했다.
남 위원은 “남성들은 인터넷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 채팅이나 게임을 하다가도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이런 시각들은 가치관을 왜곡시키며 남성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남자 청소년과 성인 여성 간의 성매매를 전문으로 연결해주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커뮤니티가 여러 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이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이버 윤리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소년 성교육 시 건전한 인터넷 문화 교육도 포함시켜 전업형 성매매로의 일탈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한정된 시간만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거나 컴퓨터를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 응접실에 설치하는 등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이버 폭력을 당했을 경우 상대방의 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메일·게시물·쪽지·대화내용 등을 화면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수집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구제 요청할 것을 조언했다.
남 상임전문위원은 경북대 영문학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경남성폭행상담소 이사를 지내는 등 온·오프라인상의 미성년자와 여성의 성폭행 문제 전문가로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지난해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 젠더와 ICT 분과 자문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박경민 기자 pk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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