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에 ‘인터넷 문화’도 포함을

1월 초에 발행된 한국여성학회지 ‘한국여성학’에 ‘인터넷 게시판상의 성폭력의 특성과 합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경각심을 일깨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남정림(45) 상임전문위원(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그는 인터넷에 유통되는 불법 청소년 유해 정보를 심의해 삭제하거나 경고·이용 해제 등의 조치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남 위원은 “성폭력의 유형이 갈수록 다양화되는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이면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 역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그는 자유게시판이 제공되는 23개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폭력 유형을 ▲음란한 농담·성적 욕설을 하는 ‘성적 침해형’ ▲성역할·외모 비하의 ‘성차 비하형’ ▲성매매·강간 등 일탈을 조장하는 ‘성일탈 강요형’ ▲성에 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해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야기하는 ‘성적 명예 훼손형’으로 나눴다.
이런 유형의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으로 89.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 가산점 문제나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 여성운동가·단체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성적 욕설·굴욕감·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성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도 14%에 달했다.
남 위원은 “남성들은 인터넷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 채팅이나 게임을 하다가도 성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이런 시각들은 가치관을 왜곡시키며 남성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남자 청소년과 성인 여성 간의 성매매를 전문으로 연결해주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커뮤니티가 여러 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이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이버 윤리 교육을 유치원 때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소년 성교육 시 건전한 인터넷 문화 교육도 포함시켜 전업형 성매매로의 일탈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한정된 시간만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거나 컴퓨터를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 응접실에 설치하는 등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이버 폭력을 당했을 경우 상대방의 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메일·게시물·쪽지·대화내용 등을 화면 캡처하는 등 증거 자료를 수집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구제 요청할 것을 조언했다.
남 상임전문위원은 경북대 영문학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경남성폭행상담소 이사를 지내는 등 온·오프라인상의 미성년자와 여성의 성폭행 문제 전문가로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지난해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 젠더와 ICT 분과 자문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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