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복귀했다. 이들은 2월 전당대회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는 경쟁자임과 동시에 5월 지방선거에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공동 운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에 대한 돌파구로서 이들의 당 복귀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 거물급 정치인의 당의장 선거 쟁탈전에 대해 언론은 앞다퉈 보도할 것이고, 이를 통한 당의 주목도를 높여서 5월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도를 최대한 높여보자는 계산이다. 두 명의 ‘남성 영웅’이 나서서 당을 구해보겠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해 12월 31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중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선일보’ 조사에서 20.2%, ‘동아일보’ 조사에서 22.5% 지지율을 얻어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으며,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 (8.1% 조선일보),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9.2% 동아일보)이 각각 2위를 차지했다.
강금실 전 장관이 이 같은 조사결과를 접했다면 그 내심이 궁금하다. 그녀는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순정성(정치권에서 주로 ‘진정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강 전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순정성’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그리고 기획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열린우리당의 열렬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움직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제 강 전 장관은 슬슬 움직여야하는 게 아닐까. 정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 ‘여성 영웅’으로 나서라는 주문이 아니다. 다만 아직 우리 시대에 여성의 성정치는 ‘개화’는 물론이고, 그 ‘싹’도 트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여성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남성 정치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 영웅’을 필요로 하는 여성정치의 현실 때문에 나서야 한다.
독일 시인 브레히트는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영웅이 없는 나라는 불행하다… 아니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나라가 불행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 영웅’을 필요로 하는 여성정치의 현실이 아직은 불행하지만(국제의회연맹 IPU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여성 정치인 비율 세계 평균은 16.3%, 아시아 평균은 15.8%, 우리나라는 13.4%로 전체 187개국 가운데 73위에 그쳤다) 그녀의 결심이 여성정치의 불행한 현실을 조금은 빨리 행복하게 바꿔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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