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사 다시 쓰는 이인호·지영선·강경화

‘여성신문’은 지영선 신임 보스턴 총영사가 3월 근무지로 떠나기 직전,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 강경화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정책관(국장급)과 함께 선후배로서 조언을 주고받으며 우리나라 외교사에서 여성역할을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간전문가로서 발탁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들 세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을 주창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외교관 중에 여성이 더욱 더 많아져야 한다”며 “여성의 외교 무대 진출은 한국 외교의 질적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외무고시에서 드디어 여성 합격자 수가 남성 합격자 수를 앞질렀다고 언론들이 난리였지만, 이미 내가 대사가 됐을 때부터 여성도 대사가 될 수 있다며 외교관을 지원하는 여성이 훨씬 많아졌다고 하더라.”(이인호 교수)

“50여 명의 간부급 회의에서도 여성이 홍일점인 현실에서 외교 일선에 발탁된 여성들은 한층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권위주의에서 민주화를 이뤄낸 모범적인 국가이니, 이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만 한다. 유엔은 성평등 정책으로 남녀 50 대 50 비율이다.”(강경화 국장)

“보수적인 국가로 알려진 일본에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것이 남성이고, 그 반대의 경우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도 적절히 발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지영선 총영사)

무엇보다 이들 세 사람은 여성이야말로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외교를 개척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례로 자국에서 온 손님 접대가 외교관 업무에 이중의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이 같은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 이들은 특히 여성 외교관은 상대국 인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자외교보다 여러 국가가 국제회의장에 모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다자외교에 능하다는 통념을 정면 반박했다. 양자, 다자 양쪽 외교에 다 능하다는 것. 단, 일정 주제 아래 현장감각을 요구하며, 현장의 퍼포먼스를 섬세하게 잘 다듬어나간다는 측면에서 다자외교가 여성에게 조금 더 유리할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국장은 “역량과 실력으로 퍼포먼스가 결정되는 것이지 인맥이 없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인호 교수는 “국제 무대에서의 한국의 이미지가 한편으론 ‘다이내믹 코리아’, 한편으론 전쟁과 분단의 역경을 극복하고 평화적 민주주의를 이뤄나가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다이내믹한 것이 아무리 좋더라도 배려가 없으면 그것은 곧 ‘야만’의 다른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호 교수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등 30여 년의 학자 생활 끝에 96년 주핀란드 대사로 발탁돼 여성 외교사에 새로운 장을 펼쳤다. 이후 98년 주러시아 대사, 2000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강경화 국장 역시 교수생활(세종대 영문학과 교수)을 접고 98년 전문가 특채로 외교부에 들어와 2001년 주유엔 한국대표부 공사참사관, 2003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장 등으로 활약하다 지난해 7월 민간전문가로선 처음으로 국장급에 발탁됐다.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출신의 지영선 보스턴 총영사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2000년 하버드대 국제관계센터에서 연수를 받아 보스턴과도 이미 인연이 있다.

대한민국 여성 외교사

96년 여성 대사 첫 배출

10년 동안 3명에 그쳐

78년 12회 외무고시에 이르러 비로소 최초의 여성 합격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김경임 주튀니지 대사. 이후 6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여성 합격자가 나왔다. 우리 외교사에 여성이 써 내려간 역사는 시작은 더뎠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빠르게 속도가 붙고 있다.

92년 26회 때 3명이 합격해 처음으로 여성 ‘복수’ 합격자를 배출한 이후 지난해엔 전체 합격자 19명 중 여성이 10명, 남성 합격자를 추월했다. 2001년, 2003∼2005년 수석 합격은 모두 여성 차지였다. 현재 사무관(5급) 이상 여성 외교관은 120명, 전체 1246명 중 9.6%다.

외교관의 꽃인 ‘대사’직에 오른 여성은 지금까지 세 명이지만, 네 번째 여성 대사의 탄생도 머지않아 보인다. 96년 첫 여성 대사(이인호 주핀란드 대사)가 탄생한 이후 외교부 첫 여성국장(문화예술국)으로 주목받았던 김경임씨가 2003년 주튀니지 대사에, 독일어권 전문가로 특채됐던 김영희씨가 2005년 주세르비아몬테네그로 대사로 임명됐다. 여성 ‘첫’ 총영사는 이번 2월 인사에서 발탁된 지영선 한겨레신문 전 논설위원.

현재 국장급엔 지난해 강경화 외교부 국제기구 정책관에 이어 올 2월 정통부 정보통신협력국 남영숙 지역협력과장이 국장급인 FTA 담당심의관에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외교부 내 여성 인력풀이 두드러진 곳은 다자정책 지휘 라인. 강경화 정책관에 이어 올 1월 오영주씨가 유엔 과장에 올랐다.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박은하 주중국 대사관 참사관도 빼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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