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04년 가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워싱턴 일대에 차를 타고 다니면, 뒷면에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민간단체들이 이라크전 파병 군인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 판매한 스티커였다. 2003년 3월 이라크전 개전 직후만 해도 70%를 넘었던 미국민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2005년 11월 사상 최저라는 34%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도 35%에서 37% 사이를 맴돌 뿐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워싱턴 일대에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이 요즘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한때 미 국민들이 차에 붙이고 다니던 노란 리본 스티커는 단순히 이라크전에서의 승리에 대한 염원일 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표시이기도 했던 것일까?

떨어지는 부시 지지율…올 재정 적자 400조원 추정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 정부의 재정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1580억 달러였던 것이 이라크전이 시작된 2003년에 3740억 달러로 급증하여 2004년에는 무려 413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05년의 경우 미 정부의 축소 노력에 힘입어 1000억 달러 가까이 줄었던 이 적자는 올해 이라크 전비와 의료보장 지출, 자연재해 카트리나 복구비용 등을 고려해 볼 때 다시 423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 돈으로 환산해 대략 400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라고 하지만 매년 이렇게 많은 적자를 내면서 어떻게 나라 살림을 꾸려 갈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 주로 재무성이 국채(Treasury Bond)를 발행해서 돈을 조달한다. 누가 이 국채를 사는가? 미국 정부가 파산할 리 없다고 믿는 전 세계 정부, 공공기관, 민간투자기관들이 산다. 실제 정확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으나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미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미 국채에 대한 투자가 현재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차입한도 증액으로 ‘국가 채무 불이행’ 위기 넘겨

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국가가 빚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미 의회는 행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의 한도를 법률로 정해준다. 3월 15일까지 미 행정부의 차입 한도는 8조1840억 달러였고, 실제 발행한 잔액 또한 거의 소진되어 불과 1억 달러 미만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미 재무성은 국채 보유자의 의사에 따라 이를 새로운 국채로 바꿔주거나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그런데 차입 한도가 모두 소진되면 어떻게 되는가? 미 상원 재정위원장인 찰스 그라슬리(Charles Grassley) 의원의 말을 빌리면 “차입 한도가 증액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뿐이다. 법률을 위반하면서 국채를 발행하거나, 아니면 일반 대중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부도를 내는 것이다.”

얼마 전 사상 초유의 ‘국가 채무 불이행’이라는 위기에 놓였던 미국은 지난 3월 16일 미 정부의 채무부담 한도를 7810억 달러 증액하는 법안을 상원이 가까스로 통과시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하원에서는 다른 부문의 예산 삭감도 없이 920억 달러를 이라크 전비와 카트리나 구호비용에 지출하는 내용의 예산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 날 이 같은 미 상·하원의 정치적 행태를 빚대어 “신용카드의 한도를 증액시킨 그 날 흥청망청 사재기한 것과 같은 꼴”이라고 비난했다.

아프간·이라크 등 전비로 사라지는 혈세

미국인의 아침은 모닝커피와 CNN뉴스로 시작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모닝커피와 폭탄으로 시작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왜냐하면 거의 매일 아침 헤드라인 뉴스가 “어제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의 한 검문소에서 강력한 차량 폭탄이 폭발하여 ○○명의 미군 병사와 신원을 알 수 없는 ○○명의 이라크인이 죽었다”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을 시작하기 직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의 총 비용은 1000억 달러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2010년까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군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전 총비용은 1조 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우리 돈으로 따지면 10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국 납세자들의 혈세는 물론이요, 전 세계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수출해서 번 돈이 각국의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미 국채의 매입을 통해 다시 미 정부로 흡수된 후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전지에서 탱크의 기름 값과 총포의 화연으로 묘연히 사라지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지구촌의 빈곤층이 3억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들 최저개발국 국민들에게 우리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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