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전락 우려의 목소리…대북사업서 보여준 강한 리더십에 이목 쏠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현정은(왼쪽 사진) 회장은 지난 2일 일주일간 지속된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적대적 인수합병의 진의 여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시동생 정몽준 회장을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로써 그간 ‘KCC와 경영권 분쟁에서의 성공적 방어’ 및 대북사업에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현 회장 스타일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회장 정몽준)의 현대상선 지분 26.68% 인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현대상선 지분 10% 매각과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같은 날 ‘수용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두 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바라보는 여성경제계 및 시민들은 현 회장이 여성 기업인의 역할모델로서 다시 한번 ‘원칙과 뚝심’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재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장은 “집안 싸움으로 전락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현 회장이 취임 초기 겪었던 경영권 분쟁과 대북사업 과정에서 보여준 현정은식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 일단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그룹이 자금력과 범 현대가의 연대 가능성 등에서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의 인수합병의 의미를 넘어 ‘가족 간 분쟁’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속,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부회장 불구속,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몽근)의 세무조사 등 현대가 그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년 전 정상영 KCC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던 ‘경영능력과 리더십’부분에서 현 회장은 이미 합격점을 받아놓은 상태. 따라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 의도의 비도덕성을 집중 부각한다면 적당한 선에서 정몽준 회장의 타협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여론이 현 회장에게 쏠린다고 경영권 방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정 회장과의 협상 과정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경질과 관련해 북한과 충돌이 있을 때도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한 ‘정도경영’으로 정면 돌파해 네티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등 대중적 인기도 높은 편이다. 2년 전 시숙부 정상영 KCC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을 때 여성계는 ‘현정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현지모)’을 구성해 현정은 회장 지지 여론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일지

4월 27일 | 현대중공업그룹 노르웨이계 해운회사인 골란LNG 계열의 제버란트레이딩 등이 보유해 온 현대상선 주식 26.68% 매입

4월 27일 저녁 |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매입은 사전에 양해 없었다’ 반박 자료 배포

4월 29∼30일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금강산 방문

5월 2일 | 현대그룹 기자회견 ‘현중그룹 매입 지분 중 10% 현대그룹에 매각’요구

5월 2일 오후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요구 수용 불가’입장 발표

5월 3일 | 금감원, 현대상선 유상증자 ‘목적 불투명’이유로 보류 처분

특 별 기 고

정몽구 회장 구속이 남긴 교훈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었다. 그간 정 회장 구속과 관련해 소위 경제위기론과 경제정의론으로 나뉜 논란이 진행되었다.

전경련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세계경영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된다며 경제계 협력업체 및 근로자들의 선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돼 안타깝다고 공식 논평했으며, 대한상의도 사회공헌을 약속하고 투명경영 방침을 밝혔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이 현대차의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고 이것이 결국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제위기론이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로 정몽구 회장의 구속은 불가피했다고 보여진다. 먼저 검찰수사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비리는 심각한 상태다. 1000억 원이 넘는 비자금 조성, 비상장계열사의 주식을 이용한 편법 증여,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로비를 통해 채무를 탕감하여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의혹은 재벌비리의 전형이다. 또한 재벌비리와 악성 경제범죄가 도를 넘어 반복되는 것도 원칙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선 때 10대 대기업 집단 중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이 8개 재벌이나 된다. 또한 참여정부 이후에도 SK, 두산, 한화, 삼성, 현대차 등 10대 재벌의 절반 이상이 분식회계, 횡령, 편법경영권 승계 등의 사유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이렇게 후진적인 재벌비리, 악성 경제범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경제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사법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 크게 기인한다. 재벌비리가 발생해 총수의 사법처리문제가 떠오르면 재계는 경제를 고려하여 선처를 호소하고, 검찰은 불구속기소하고 법원은 집행유예로 고무줄 처벌하는 관행이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가중시켰고 급기야 대법원장이 두산 판결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이번 정몽구 회장 구속을 계기로 사법 당국·재계·정부가 적극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은 재벌범죄와 악성 경제범죄를 근절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재계는 왜곡된 지배구조의 개선, 경영투명성의 확보, 전문 경영인의 중시, 하청업체와 동반 성장하는 경영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사법정의와 경제투명성을 확보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