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납치 추방 국제사회가 나서야”

“광주인권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 현재 태국 남부 지역은 정부기관 직원·공무원들에 의한 납치·살해·실종 등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태국 정부를 비롯한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고문 및 납치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5·18기념재단의 2006 광주인권상을 받은 태국의 인권운동가 앙카나 닐라파이짓(49)을 5월 19일 홍익대 근처 평화카페 아게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이번 광주인권상은 여성을 비롯한 인권 향상에 앞장선 아프가니스탄 여성 국회의원인 말라라이 조야와 공동 수상한 것이지만 조야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딸 콩탐(19)과 함께 방한한 앙카나 닐라파이짓은 2004년 태국 경찰에 의해 실종된 인권변호사 솜차이 닐라파이짓의 부인이다.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그에 대해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남편의 강제실종사건을 태국 당국과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진상규명 활동을 벌였고, 더 나아가 다른 인권탄압 사건의 재발방지, 인권활동가에 대한 생명 위협 방지활동을 펼쳐왔다”고 평가했다.

태국 당국의 무슬림 탄압에 맞서 20년 넘게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그의 남편은 경찰로부터 고문을 받은 5명의 무슬림 용의자들을 변호하다 실종됐다. 유엔인권위원회에 참석해 남편의 실종사건을 증언하는 등 그의 노력으로 올해 초 남편 실종과 관련된 5명의 경찰관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 1명만이 3년형을 받았고, 곧 보석으로 풀려났다.

앙카나 닐라파이짓은 “법무부 산하 특별조사국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진행과정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다”며 “하루빨리 남편이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04년 이후 태국 남쪽 지역에서만 100여 건의 실종·납치 사건이 일어났지만 경찰이 증거를 찾은 것은 1건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고문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과 실종 방지 국제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금으로 받은 2만5000달러는 태국 실종자 가족 지원과 진상규명 활동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전한 그는 지난 3월 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훌륭한 여성 인권운동가상’, 아시아인권위원회의 ‘제2회 아시아 인권운동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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