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시장에서 한판 승부”

“저를 처음 만나면 대부분 ‘사장이 여자였어?’ 라고 말합니다. 아마 ‘기술벤처기업’의 여사장이 드물기 때문이겠죠.”

최근 미국에서 자사 제품 엠씨스퀘어(학습보조기)의 효과를 입증받고 세계 소비시장의 양대 축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는 임영현(49) 대양이앤씨 대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필라델피아 토머스제퍼슨 의과대학이 ‘믿을 만한 효과’라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한 후 미국 NBC와 abc방송의 대대적인 방송을 타면서 미국 소비자의 호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7~8배 규모에 이르는 미국시장 진출의 청신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임 대표는 해외 진출의 첫 승전보는 ‘중국’에서 들려올 것이라고 말한다. 91년 ‘집중력 증가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다소 생소한 상품 ‘엠씨스퀘어’를 출시한 후 지금까지 120만 대 판매기록을 가지고 있는 대양이앤씨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최대 통신사와의 제휴 사업이 물거품 되면서 지난 3~4년간 ‘솔직히’ 어려움을 겪었다. 수백억 원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었고 판매도 주춤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임을 믿는 임 대표는 이 기간 오히려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렸다.

임 대표는 “40만 원대의 고가 제품을 중국시장에 팔려면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유통조직 구축’이 중요하다”며 “지난 3년 동안 꼬박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 결과 올 하반기부터는 분기별 매출 40억 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6월 초 교육인적자원부와 ‘U러닝 사업’을 계약하는 등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임 대표는 3~4년 후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길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지금 일하는 직원 중에서 경영자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 경력자를 초빙하지만 임 대표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능력을 발휘하긴 쉬워도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다”며 ‘내부 인재론’을 강조했다.

얼마 전 코스닥 여성 부호 3위에 오르며 세간의 이목을 끈 임 대표는 “경영자가 보유한 주식은 사재가 아니며 ‘기업의 공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순간 기업가의 생명도 끝”이라는 평소의 소신을 강한 어조로 밝혔다. 실제로 그는 사업상 마련한 주말 골프 모임에서 법인카드를 쓰는 것조차 꺼려 주위로부터 ‘결벽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여성은 천부적으로 경영자의 자질을 갖췄다”는 임 대표는 그 이유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직감,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정치계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위기의 순간 여성을 ‘잔 다르크’로 기용하는 것은 우연이나 단순한 이미지 전략이 아니며, 여성 CEO를 주목하는 것은 바로 여성에게 도전의 기회가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여직원들이 보다 근성 있는 승부욕을 발휘해주길 주문한다.

그러나 “띄워주기식의 ‘여성 CEO 상품화’는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없다”며 “주목받는 여성 CEO는 스스로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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