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부적절한 헐값 매각이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대검 중수부가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등 혐의자 소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섬으로써 진실게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지분을 사들인 과정을 보면서, 헤지 펀드(Hedge Fund)란 말을 신문기사를 통해 자주 보게 된다. 헤지(hedge)란 원래 가격변동이나 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하는 거래로 ‘위험회피’라고 한다. 따라서 헤지 펀드는 위험을 회피하고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를 말하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의미와는 달리 지금은 ‘단기간 내에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즉, 위험회피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성 자금으로 헤지 펀드의 의미가 변질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헤지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8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론스타도 그 중 하나다. 국제적인 금융혼란이 생길 때마다 투기성 단기자금인 핫머니(hot money)가 그 배후에 있었는데, 핫머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 헤지 펀드다.

미국의 경우 100명 미만의 투자자가 자금을 조성하면 증권관리위원회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투자활동을 할 수 있다. 숫자 제한으로 1인당 투자자금이 매우 커야 하기 때문에, 보통 소득이나 자산이 많은 백만장자들끼리 모여서 헤지 펀드라는 투자클럽을 설립한다. 그 대신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최대한 빌려 고수익, 고위험 자산을 대상으로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자 금리보다 더 나은 수익을 낸다는 헤지 펀드로 돈이 많이 몰리면서 이러한 단기자본의 유·출입이 가져오는 시장 교란의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92년 영국의 파운드화가 폭락했을 때와, 94년 멕시코 금융위기, 그리고 지난해 태국의 바트화 폭락 사태의 배후에 헤지 펀드가 주도하는 핫머니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헤지 펀드의 활동이 늘고 있다. 2003년 SK그룹의 경영권을 넘본 소버린과 지난해 제일은행을 팔아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챙긴 뉴브리지캐피털, 그리고 한미은행의 대주주였던 칼라일 등이 국내에서 돈을 챙긴 대표적인 헤지 펀드다. 물론 헤지 펀드가 선진국의 여유자금을 개발도상국으로 이동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는 하나, 이러한 투기성 단기자본의 유·출입이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둘러싼 진실게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월드컵에 보내는 응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