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주몽’ 통해 부활
당찬 강인함으로 인기몰이

남성 영웅의 역사에 가려졌던 우리 역사의 여성 영웅 ‘소서노’가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MBC 드라마 ‘주몽’(극본 최완규·정형수, 연출 이주환·김근홍)이 누리고 있는 큰 인기의 일등 공신은 새롭게 읽어낸 소서노의 매력이다.

소서노는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두 개나 건국했던 한민족 최초의 여황제. 부여에서 쫓겨난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우고 주몽의 친아들이 찾아와 태자에 책봉되자 아들인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 백제 건국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인물이다.

궁중 여성들의 암투를 그리며 역사 속 여성들을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했던 기존의 사극과 달리 ‘주몽’의 여주인공 소서노(한혜진)는 남장에 투구를 쓰고 말을 달리며 남성 못지않은 무술 실력을 지닌 당당한 여전사로 그려진다.

대상인인 아버지를 이어 어린 나이에 ‘행수’를 맡아 상단을 이끌고 해외 무역을 다니는 소서노는 그 시대의 ‘전문직 여성’인 셈. 거래에서 상대방이 약속을 어기자 “신뢰는 목숨보다 중하다. 모두 죽이라”는 대사를 서슴지 않는 등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남자들을 이끈다.

▲ '주몽' 역의 송일국.
늪에 빠진 주몽(송일국)을 직접 구출하는가 하면 적에게 잡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주몽이 도우려 하자 “네 놈이 아니어도 난 어차피 구출된다”며 도도하게 쏘아붙인다. 당당한 소서노의 모습으로 인해 ‘주몽’은 ‘사극=남성드라마’라는 공식을 깨고 여성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제작사인 초록뱀 미디어의 김문수 제작PD는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건국하는 최초의 국모 소서노의 드라마틱한 삶에 주목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남성적, 중성적 이미지를 보인 소서노가 주몽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앞으로 여성적인 모습도 많이 내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러나 두 나라 건국의 실질적인 주역이라는 소서노의 역할이 있는 만큼 당당하고 성공한 여성의 모습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실제 소서노의 이미지가 드라마 속에서 왜곡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배옥덕 소서노기념사업회 회장은 “실제의 소서노는 주몽의 연인이자 스승이자 후원자였던 인물로 부여에서 아무것도 없이 도망쳐 나온 주몽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인적 자원을 동원해 고구려 건국주로 만든 인물”이라면서 “극적 전개를 위해 주몽과 소서노의 로맨스를 부각시키면서 소서노의 역할이 연인으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고 평했다.

드라마 ‘주몽’은 방송 8회만에 시청률 32.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고 월드컵으로 인한 결방 후에도 29.4%를 유지하며 월화 드라마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고구려 건국사를 다룬 최초의 드라마, 300억 원의 제작비, 4만5000평 규모의 나주세트 등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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