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데 진보·보수 따질 땐가”

“우리 민주노동당이 10% 정도의 기본적인 지지는 받고 있다. 기존 노동자 조직 규모를 생각할 때 가능한 지지율이다. 단, 더 이상 나가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취임 6개월째 접어든 문성현(54) 민주노동당 대표의 당 진로에 대한 최대 고민이다.

인터뷰 내내 문 대표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몸으로라도 막아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시대가 당에 위임한 사명이라는 확신을 강하게 어필했다. “민주노동당이야말로 복지에 바탕을 둔 성장, 고용을 동반한 성장에 대한 소신을 흔들리지않고 밀고 나갈 유일한 정당”이라는 것.

그는 KTX 여승무원, 포항 건설노동자 등의 노사분규를 들며 “노무현 대통령이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든 누구든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 봐라. 전부가 아니라 단 하나라도”라고 호소한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당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노동자 입장에서만 본다고 말하면 안 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내수경기 침체와도 밀접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능한 해법은 불법파견을 줄이고 기간제를 명백히 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절제해 사용해야 하며,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해법이기도 하며, 난국에 봉착한 양극화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국회에서 다뤄질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

“2년 동안 아무 제한 없이 기간제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주가 정규직 노동자를 쓸 것인가. 법안이 통과되면 5~10년 내에 우리 사회엔 난리가 날 것이다. 기껏 대학교육까지 시켜놓은 내 동생, 내 자식이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떠돈다면…. 이런 미래를 가장 앞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해고당한 KTX 여승무원들이다.”

- 17대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킨 정당이지만, 이번 지방선거도 그렇고, 좀 정체돼 있는 분위기다.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에게 대안적인 정치집단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책임감을 느낀다. 우선 그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보정당을 지지 안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시위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을 보면 별로 그들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민주노동당은 특히 북한에 대해 포용적인 당인데, 북핵 미사일 등 일련의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북한과의 관계 정립에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북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집을 건 집어야 한다. 더불어 수해 등 인도적 문제에서는 정치적 문제를 전혀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6·15 공동선언 이후 6주년, 그러나 발전보다는 보수적 성향 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무엇에 의한, 누구를 위한 통일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해 봐야 한다. 통일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서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 역시 원칙이다.”

- 진보세력의 위기란 말이 많고, 진보도 변해야 산다고 한다. 진보정당으로서의 대안은.

“진보세력이 누구인가? 시민세력?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개혁세력? 정작 국민이 가장 많이 관심 갖는 건 진보·보수가 아니라 경제문제다. 이것에 대한 해답을 누구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정치권이 총체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 관련 행사들에선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경례 등 국민의례 대신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진다. 일반 국민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서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노동자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건 군사정권 시절 국가주의를 강요한 것에 대한 부정과 저항의 상징이고, 곧 그것이 의례가 됐다. 이에 따라 ‘님을 위한 행진곡’과 희생된 노동자들에 대한 묵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역으로 이번 5·18 행사 때 광주에 가서 보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고 있더라(웃음).”

- 앞으로 ‘여성’ 부분에서 당이 더욱 더 주력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 당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여성문제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맞벌이 보육문제, 보육의 공공성 문제를 무엇보다 빨리 해결해야 하며, 여성 장애인 문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구 공천 여성 20% 할당을 강제조항으로 당헌에 명시하며 인센티브제까지 실시하니 당내 남성들이 상당히 반발했다. 그런데 해보니 되더라. 지방선거 이후 친여성적 분위기가 80% 정도로 당내 분위기가 체질개선 됐다고 본다(웃음). 한동안 남자들은 뒤로 물러난 채 여성들에게 정치를 맡겨보면 어떨까. 확실히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