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업미래 보증수표죠”

‘아시아 최고 직장’, ‘사회공헌’, ‘환경·윤리경영’, ‘가족친화경영’은 유한킴벌리를 상징하는 말이며, 동시에 문국현(58) 대표이사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유한킴벌리는 여직원 비율이 40.5%(본사 기준)에 이르고, 출산 후 회사 복귀율이 100%에 이를 만큼 친여성 직장문화로도 유명하다.

문 대표이사는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1996년 ‘4조 2교대’ 근로체제를 도입했다. 그는 4일 근무 4일 휴무, 연 300시간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4조 2교대제를 통해 감원, 임금삭감없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한국형 경영모델’을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매출 8340억원,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 정해년을 맞아 문 대표이사로부터 유한킴벌리의 비전과 함께 ‘뉴 패러다임’ 경영체제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면서 유아용품 시장이 매년 크게 줄고 있는 데 비해 유한킴벌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매년 약 42만명의 신생아들이 태어난다. 예전 110만명 출생 대비 60% 이상 시장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저귀를 비롯해 여성용품, 가정용품의 질을 높이고 수출을 크게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기술개발(R&D)과 ‘사람중심 경영’이라는 기초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사장을 겸임하고 계신다. 경영을 맡은 지 3년 만에 거둔 성과가 놀랍다.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몽골, 극동러시아 지역을 총괄 경영한다. 건강·위생용품 시장의 1위 기업인 P&G는 연간 매출 85조~90조원 규모의 회사다. 이 P&G가 유독 한국에서만 유한킴벌리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었다. 유한의 미국 투자회사인 킴벌리클라크에서 이를 높이 평가해 2003년부터 내게 동북아 경영을 맡겼다. 중국 시장의 경우 동종 업체만 1000여개에 이른다. 치밀한 전략 없이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이다. 유한킴벌리는 현재 베이징(25%)과 상하이(18%)에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로 당당히 고가품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과 경영서비스까지 수출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007년 유한킴벌리의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

“새해를 시작하며 ‘비전 2015’를 선포했다. 2007년은 유한킴벌리가 10년 안에 연간 5조원 매출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해이다. 올해 유한킴벌리의 매출 목표는 1조원(순이익률 목표는 11%)이다. ‘비전 2015’의 핵심은 ‘한국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고’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동유럽, 일본 등에 한류보다 더 빠르게 진출할 것이며, 세계적 규모의 신규사업을 여성용품, 건강용품, 환경산업 분야에서 창조할 것이다.”

-신규사업 중 ‘DTP’ 사업이 주력분야인 것 같은데, 여성친화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나.

“디지털날염사업(DTP:Digital Textile Printing)은 디자인에서 날염까지 전 공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복잡한 날염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시스템이다. 그간 환경오염의 이미지가 강했던 섬유산업을 청정산업으로 바꿀 수 있다. 섬유산업은 전세계적으로 50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며, 오래된 산업 중 하나다. 전세계에 도입되려면 30년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DTP가 적극적으로 산업에 응용되면 섬유산업도 IT 기반의 친환경 산업으로 변화될 것이고, 여성들의 진출도 더 쉬워질 것이다. 하반기에는 화장품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뉴패러다임’ 경영체제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하시는데,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뉴패러다임을 전 사회가 받아들이고,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가정책의 최우선으로 삼는다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지난 1년 반 사이에 실업률을 3%포인트나 낮췄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독일 첫 여성총리)이라는 뛰어난 지도자 덕분인데, 그는 취임하며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부의 조직과 예산 등 모든 것을 이에 맞게 개편했다.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변혁을 통해 성과를 이룬 것이다. 뉴패러다임 경영을 통해 실업을 줄이고 근로자 평생학습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미국과 일본보다 33~36% 더 일한다. 4명의 일을 3명이 하고 있는 것이다. 과로 줄이기를 통해 현재 일자리(1500만~2000만개)의 약 15~20%(200만~300만개)를 늘릴 경우, 이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일자리 수가 늘어야 여성들은 강요된 비정규직이 아닌 자발적 비정규직(다양한 근로형태)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일임금과 동일노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문 대표님이 주장하시는 ‘3H 이론’이 뭔가.

“과거에는 근로자를 노동력(Hand)으로만 보았지만 미래 지속가능한 경영의 중심에는 지식근로자(Head)를 넘어 영혼(Heart)까지 가진 근로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3H 이론이라 한다. 평생학습 등 사람에게 투자해서 지식근로자를 길러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토건주의(물자중심주의)적 개발을 통해서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 사고에서 근로자는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부속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유입, 그리고 비정규직만 양산되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나.

“그간 장관 등 정치적 제의를 여러 번 받았지만 (수락) 안하고 기업경영에 힘을 쏟으니 1조원 규모의 기업도 키우고, 수천개 일자리도 만드는 것 아닌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해야 한다. 유한킴벌리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이며 할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기업경영의 귀재이신데 가정경영은 어떤지 궁금하다.

“요즘도 하루 16시간 정도는 일하는 것 같다. 바쁜 남편과 아빠를 참아내준 아내와 두 딸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평생 부패추방운동과 환경운동을 해온 부모 때문에 조기교육은 물론이고, 어릴 때 새 신발 한번 신어보지 못한 두 딸이 사랑과 배려심이 많은 ‘여성’으로 자라나준 것에 무엇보다 감사한다. 난 자식농사에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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