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500만원 수준…노후는 속수무책
꾸준한 저축과 연금제도 마련 시급

전업주부가 28세에 결혼한 이후 50세까지 23년간 가정을 위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의 가치는 최소 5억~6억원에 달하는 반면, 연금 혜택 등 노후 준비는 전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제1회 부부의 날’을 맞아 ‘아내에게 바치는 글-연금과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업주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전업주부의 각종 가사노동이 배우자를 비롯한 전 가족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생활은 배우자가 받는 연금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증권이 제시하는 전업주부의 연봉은 2500만원 수준.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2005년 전업주부의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특별인부’의 일당(7만4230원)을 적용한 판결을 토대로 한 계산이다. 28세부터 50세까지 23년간 가사노동을 제공한다고 가정할 때 5년마다 10%씩 인상하면 5억8000만원이 된다.

통계청이 지난 1999년 발표한 1360만원보다는 2배 가까이 오른 셈이지만 지난해 CJ홈쇼핑이 30대 주부는 3350만원, 40대 주부는 3407만원으로 연봉을 책정한 것과 비교하면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미국의 개인재무 상담업체인 샐러리닷컴(www.sala ry.com)이 최근 발표한 13만달러(1억2000만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샐러리닷컴의 경우 ‘어머니’라는 직업을 가정부·보육교사·요리사·컴퓨터기사·세탁기사·수위·설비관리사·운전기사(자녀 등·하교)·최고경영자·심리상담사(자녀·남편 달래주기) 등 총 10개의 직업을 합친 것으로 보고 연봉을 책정했다. 

연봉은 저마다 다르지만, 문제는 여전히 연금 혜택을 받는 여성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04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 중 여성의 비율은 39.7%에 그치고 있고, 노령연금도 30.1% 수준이다. 반면 배우자에 의한 유족연금은 여성 수급자가 92.7%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삼성증권 신상근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전업주부들이 자녀와 남편에게만 희생하기보다는 자신의 노후 대비를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배우자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보고서를 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주택 마련이나 학자금 마련처럼 전업주부의 노후 대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종남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수(전 IMF 상임이사)도 “진정한 자식사랑은 분수에 넘게 과외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년이 됐을 때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나를 위한 노후자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여성이 훨씬 더 오래 사는 장수시대에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살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나만을 위한 노후계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