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좋은 사과 쏙쏙 골라내듯 ‘경험을 통한 선택’ 중요
말보다 실천·통합 그리고 국민과 눈높이 맞춘 리더가 최선

초등학교 시절 한참 사과가 많이 나오는 이맘때쯤이면 사남매의 맏이였던 나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사과를 사러가곤 했다. 리어카에 수북이 쌓인 사과들 중에서 맛있게 생긴 사과들을 쏙쏙 골라 종이봉지에 담을라치면 사과장수 아저씨는 “니 사과 고르는 솜씨가 과일장수 뺨치네!”라며 감탄하시곤 했다.

비결은 워낙 사과를 좋아해 많은 사과들을 먹어보았기 때문에 어떤 빛깔, 어떤 형태의 사과가 맛있는 것인지 귀신같이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즉 풍부한 경험을 통해 사과 감별법을 터득한 것이라고나 할까?

범여권의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되고 정당별 대선후보들의 유권자 표심을 겨냥한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사과장수 아저씨의 감탄을 자아내던 사과 감별법이 문득 생각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로 자신이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후보들 중 누가 정말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의 역할과 기능을 훌륭히 수행해낼 사람인지를 사과 고르듯이 골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경험을 통해 맛있는 사과를 고르듯 우리 국민들도 시행착오를 겪었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번에는 실패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난 경험에 근거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을 감별하는 과정에서 꼭 명심해야 할 세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NATO(No Action Talking Only: 말만 앞서고 실천은 안하는) 대통령은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말을 잘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비전을 들어보면 정말 ‘말은 비단결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생한 경험이 증명하듯이 말만 앞서고 실천이 없는 지도자는 국민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만은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말로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의 약속을 책임지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대통령을 골라야 할 것이다.

둘째, 국민을 갈라놓는 분열적 성향의 지도자는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

물론 선거는 경쟁이기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후보자가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의 대통령이고,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은 매우 곤란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터득하였다.

훌륭한 지도자는 오히려 자신의 반대세력들을 포용하고 끌어안음으로써 그들이 마음을 열고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까지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적 보복이나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힘으로 반대세력을 굴복시켜서는 더더욱 국민적 화합을 이루기 어렵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 자리는 평범한 아무나가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모름지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의 힘과 영향력은 국민들의 지지에 기초하는 것이다.

때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한다면 지도자로서 섭섭함과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을 무시한 채 혼자 앞서서 나가기보다는 발걸음을 늦추어 국민들과 함께 걸어가며 그들이 노심초사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려움이 무엇인지, 또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는 그런 대통령이 필요하다.

대통령인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이 대표해야 할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겸허함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가진 후보를 감별해낼 수 있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는 성공적인 선택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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