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몰입하는 것”
‘몰입(flow)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확립한 헝가리 태생의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73·클레어몬트대 석좌교수) 박사가 방한했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지난달 24~25일 한국심리상담연구소(소장 김인자) 주최로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 몰입과 창의적인 인간상 등을 주제로 4차례 강연했다.
지난달 24일 ‘몰입(flow)’을 주제로 한 첫 강연에서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어린 시절 세계 2차대전을 겪은 어른들이 삶의 목표를 상실한 것을 보고 행복한 삶과 인간의 본성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이나 권력, 사회적 지위가 없어지면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듯 우울해한 반면, 이런 외부적 조건 없이도 스스로 삶의 목표를 찾아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지난 40여년간 800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행복한 이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바로 어떤 일이나 상황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속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완벽하게 몰입한 암벽등반가는 자신이 마치 암벽의 일부이며, 암벽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연주에 몰입한 음악가는 자신이 악기나 음악소리 자체가 된 것은 물론, 우주의 일부분이 된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어떤 일에 몰입을 하면 강물에 뜬 배처럼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flow) 일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몰입의 상태에 든 사람들은 천장이 무너져도 모를 정도로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잡념(monkey mind)이 사라지며 실패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시간개념이 달라지고 아무리 지루한 일도 재미있게 바꿔 몰입하는 오토텔릭(auto-tellic)이 가능해진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예술가나 운동선수 등이 직업적 특성상 몰입하기 더 쉽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이나 일에 있어 몰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림질 등 하기 싫은 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몰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보다 쉽게 몰입할 수 있을까?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현대사회는 휴대폰, 컴퓨터 등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단계별로 일을 진행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참조해 다음 행동을 하면 몰입이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몰입을 위해서는 도전(challenges)과 기술(skills)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갖고 있는 기술에 비해 도전지수가 너무 높으면 걱정과 불안을 느낍니다. 반면 높은 기술을 갖고 있는데도 안일한 일을 맡으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죠. 보유한 기술과 도전기회가 1대 1로 조화를 이룰 때 몰입의 상태에 들 수 있습니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는 관리자나 교사라면 직장인, 학생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도전기회를 부여하거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도전지수도 낮고 보유한 기술도 전무한 상태의 사람들은 무감각(apathy)해지기 쉬운데, 특히 성장기 여학생의 경우 이 단계가 오래 지속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만큼 세심히 관찰해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마틴 셀리그먼과 함께 몰입이론을 바탕으로 한 ‘긍정심리학’을 창시한 인물이다. 현재 미국 클레어몬트대학교 석좌교수로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의 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저자’로 꼽기도 한 그는 40여년간 창의성과 행복에 관한 연구를 해오며 주목 받았다.
그가 집필한 ‘몰입의 즐거움’ ‘몰입의 경영’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몰입의 즐거움은 국내에서도 20만부가량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