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일방 구애 미덕으로 치부 ‘위험’
‘동영상 협박’등 제재수단 마련 절실

최근 유명 여성연예인이 전 애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협박과 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온통 그 사건과 관련한 루머와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사건이 회자되는 방식이 대부분 ‘동영상 파문’이고 드물게 ‘스토킹’의 심각성을 들고 있다.

이는 언론이 바라보는 시선이 사건의 범죄행위자인 남성이 아닌 여성의 몸에 대한 흥미성 가십에 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동영상 유무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은 실제 동영상 유포와 상관없이 그 협박이 얼마나 유효한 것인지 새삼 실감케 한다.

이 사건은 여성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위협과 타격의 정도가 더욱 컸을 터이지만, 이것은 비단 여성연예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주변에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거나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는 물론, 성폭력 가해를 한 남성이 자신의 범죄장면을 촬영해 되레 피해자를 위협하는 사례는 그리 드문 예가 아니다.

이것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실현이나 침해와 상관없이 여성에게 있어서 성은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사유이자 여성의 존재를 비하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볼모로 여성을 제압할 수 있다는 남성들의 믿음과 공모는 여성들의 공포를 가시화시킨다.

이와 같이 남성에 의해 제압될 수 있는, 정복될 수 있는 영토로서 여성의 몸이 사유되는 방식은 남성과 여성이 맺고 있는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재현된다.

구애에 있어서 여성은 “열번 찍으면 넘어가는 나무”이고, 남성은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용기를 내야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남성의 ‘일방적인’ 성적 실천이 ‘적극적’인 것으로 둔갑하고, 여성은 그저 수동적이거나 또는 대상화되는 사회에서 스토킹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때로는 공허하다. 스토킹 관련 법안이 두 차례에 걸쳐 입법발의되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일상성과 범죄의 심각성 사이의 일종의 분열증을 드러낸다. 스토킹은 심각한데, 남성 일방의 구애는 미덕이고 괜찮은 것이다.

여성연예인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벌여왔던 가해 남성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3류 치정 멜로드라마일 뿐 동영상 협박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밝힌 기사를 보았다. 이 남성에게 이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일일 뿐이다.

남성 주체의 사랑과 자기애에 도취된 사회에서 성폭력과 스토킹은 그렇게 감추어지고 피해는 드러내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국회에서 스토킹 관련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랐었다. 물론 그 법안이 스토킹에 대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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