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대신 소외 이웃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늘어
연말 기업들의 송년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송년회 하면 ‘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예전과 달리 각종 봉사활동, 공연, 이벤트를 즐기는 송년회가 늘고 있다. 직원들끼리만 모여 송년회를 가졌던 것 말고도 소외이웃을 초청해 함께 음악회를 즐긴다거나 직원 가족들이 함께 모여 근사한 저녁을 먹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바자 통한 사회공헌 ‘특별’
대형유통업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사장 이승한)는 지난해에 이어 사내 송년 바자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기로 했다. 전 직원에게 물품을 기증받고 다시 되파는 형식의 바자다. 올해는 12월 넷째주에 열린다. 지난해에는 기증받은 물품 중 3000여점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 참여할 만큼 직원들의 호응도가 높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소장 오창관)의 자원봉사모임 ‘음악치료봉사회’는 15일과 오는 22일 각각 인근의 영천 나자레마을과 햇빛마을 치매요양원에서 조촐한 송년 음악회를 갖는다. 이들은 지난 92년부터 장애우, 정신질환자 등 소외된 이웃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특히 자폐를 앓는 장애우들을 찾아가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회원은 포항제철소 직원 15명, 직원 부인 5명, 사외봉사자 3명 등 모두 23명이다.
깜짝 파티로 분위기 전환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 본부와 서울지부 직원 200여명은 이달 말 가면무도회를 열기로 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가면무도회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미리 메일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학창시절에 주로 하던 ‘마니또 게임’을 통해 파트너를 정하고 선물을 교환했다. 갓 들어온 신입직원과 회장이 파트너가 됐는데, 회장이 내놓은 선물이 근사해 다른 직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국내 유수 디자이너들이 회원으로 있는 사단법인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회장 안윤정)는 17일 통통 튀는 송년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의 드레스 코드를 ‘레드’와 ‘블랙’으로 정해 재미를 더했다. 팝페라 가수를 초청해 미니콘서트를 열고,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작품(옷)을 추첨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연장을 찾을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비보이들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종무식을 함께 진행했다. 올해는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헤어스프레이’를 31일 관람할 예정이다. 직원과 가족 총 800명이 함께 한다. 관람 전 종무식 행사에서는 우수직원에 대한 시상식과 함께 직원들의 장기자랑도 열린다.
외환은행(은행장 리처드 웨커)은 지난 5일 일찌감치 고객들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었다. 89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어온 송년음악회에서는 정통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마젤-빌라르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자 번디트 웅그랑시가 초청돼 웅장한 연주를 선보였다. 음악회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이는데, 지금까지 약 4억원이 사회복지기관에 전달됐다.
가족과 함께 한해 마무리
온미디어(대표 김성수) 계열 게임채널 온게임넷의 김현호 사업팀장은 지난 5일 팀원 가족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했다. 평소에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아빠’들이 이날만큼은 점수를 따도록 배려한 것. 무알코올은 기본이고,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가족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가족들마다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앨범으로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김 팀장은 “내년 한해도 서로 격려하며 잘 지내자”면서 팀원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1차로 끝…최대한 간소하게
㈜와인나라(대표 이철형)는 자사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와인레스토랑 베라짜노에서 간소하게 송년회를 열었다. 연말연시 특수를 앞두고 일찌감치 본사 직원 40여명이 모여 와인과 요리를 즐겼다. 중상급 와인을 맘껏 즐기며 그간의 피로를 훌훌 털어냈다. 와인나라의 마케팅팀 강지연 대리는 “요즘은 대부분 1차에서 송년회를 끝내는 추세”라며 “근사한 요리를 즐기면서 차근차근 내년 계획도 세울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덩치 큰 대기업들은 아예 송년회를 생략했다. 대신 팀별로 자율적으로 송년회를 치르도록 지원해준다. NHN(대표 최휘영)은 대표이사가 한해를 잘 마무리했다는 의미의 격려메일 한통을 보내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한다. SK텔레콤(사장 김신배)도 회사 차원의 송년회는 계획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