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부부+자녀, 남성은 대가족 중심
‘자녀의 삼촌·이모·고모까지가 가족’ 35.4%
‘가족 해체’ 우려 불구 가족 개념 강해
본지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의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느 선까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35.4%가 ‘부부와 자녀, 자녀의 조부모와 삼촌·이모·고모까지’를, 27.1%가 ‘조부모까지’를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가족의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가족의 개념이 강한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부부만(8.3%), 혹은 부부와 자녀만(25.1%)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답변도 33.4%로 3분의 1을 차지했다. ‘한 구들에서 8촌까지’라는 말이 전래될 정도로 8촌까지를 가족으로 여겼던 예전과 비교하면 가족으로 생각하는 범위가 많이 좁아졌음을 보여줬다. 이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문화가 많이 사라짐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한 집에 같이 사는 부부와 자녀만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핵가족을 보는 남녀의 의식 차이다. 삼촌·이모·고모까지가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남자 38.3%, 여자 32.3%로 비슷했지만 부부와 자녀만을 가족으로 포함시킨다는 답변에서는 남자의 경우 18.8%, 여자는 31.6%로 2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연령에 따른 가족개념의 차이도 흥미롭다. 가족의 범위를 가장 넓게 보고 있는 연령층은 40대로 자녀의 삼촌·이모·고모까지가 40.4%를, 자녀의 조부모까지가 32.8%를 차지했다. 재미있는 것은 50대 이상의 응답으로, 자녀의 삼촌·이모·고모까지를 가족으로 보는 비율이 29.9%로 연령대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나이가 많을수록 가족을 넓게 챙길 것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답변이었다. 뿐만 아니라 50대는 부부와 자녀까지(29.6%), 자녀의 조부모까지(29.9%)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는 비슷한 비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30대의 경우 부부만을 가족으로 본다는 비율이 13.8%로 다른 연령대와 큰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아직 결혼 전이거나 자녀 출산 전으로 여겨지는 20대(9.2%)보다 30대가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은 이색적이었다.
지역색도 드러났다. 가족의 의미를 가장 확대해석한 지역은 대구·경북으로 자녀의 삼촌·이모·고모까지 가족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48.3%에 달했으며, 강원(41.7%), 제주(41.4%)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라도와 반대의 비율을 보여 관심을 모았는데, 전남·광주 지역은 부부까지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21.0%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고, 전북 지역은 부부와 자녀까지가 32.0%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4월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전화조사를 통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 ±3.7%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