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여성이야, 환경이야?!?”

여성환경연대라는, 내가 밥벌이 하고 있는 단체 이름을 들은 이들 대개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이분법적인 질문을 한다. 늘 ‘모 아니면 도’식으로 생각하는 갑갑한 사람들이 아닐진대 그렇게 되묻는 건 아마도 ‘여성환경연대’라는 단어가 주는 낯섦과 아리송함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환경 그 사이를 넘나들다

그렇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과 환경 그 경계에 선, 아니 경계를 넘나드는 단체다. 페미니즘에 생태적인 관점을 접목시킨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을 사상적 기반으로(매우 심오하고 난해함), 일상 속에서 생태적인 대안을 찾고 실천하며(다소 쉽고 재밌음)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사는 소박한 삶을, 한 박자 천천히 느릿느릿 사는 삶을 꿈꾼다.

대략 이 정도로 부연설명을 곁들여 봐도 단체 홍보 브로슈어를 줄줄 읊은 것만 같고 스스로의 성에 차지 않는다.

아… 그러니까 여성이면 여성, 환경이면 환경, 한 쪽이었으면 단순하고 쉽고 좋았잖아! 하는 아쉬움.

현장에서 느끼는

여성주의의 빈곤

평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모르쇠로 일관하느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살이를 알지 못했고 늘 제 코가 석자라 남을 챙길 여유 없이 살다 우연하고도 갑작스레 시민운동판에 발을 담게 되었다. 그렇게 여성운동과 환경운동 두 가지 모두 일상 속으로 들어온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어느 한 구석 만만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것들을 한꺼번에 염두에 두자니 버겁기도 하고 종종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환경주의에 대한 고민보단 활동과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의 빈곤, 때론 실종과 맞닥뜨릴 때 조금 과장해서 침을 꿀꺽 삼켜야 할 만큼 당혹스럽다.

여성스런 환경운동이 아니라고요!

바라는 것은 단지 여성이 하는, 여성을 구속하는 환경운동이 아니라 여성주의적인 환경운동이다.(여성스러운 환경운동 또한 사양한다 -_-;) 그런데 하다보면 그저 환경운동을 하는 여성으로밖에 스스로가 생각되지 않을 때가 많다.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찾아 읽어 이 모자람을 채울까, 여성단체들 중 여성주의 색채가 가장 또렷한 민우회에 속성 교육이라도 부탁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들만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하지만 태생적인 게으름이 이 모든 것을 잠식해버리고 나면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태평하게 하루하루 살게 된다.

여성과 환경이 만나 두 배, 세 배 까칠해지자!

이렇게 느슨하게나마 여성주의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을 때, 마침 함께 일하는 팀장님이 ‘한 달 안에 여성학 훑어보기’라는 이름의 여성학 세미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 글이 여성신문 한 구석에 잉크를 바르고 나타날 때면 나는 여성주의와 (공식적으로는) 첫 만남을 하고 있을 것이다.(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여성환경연대로 전화 주세요!) 그 만남은 내 기대만큼 설렐 수도 있고,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나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걸 넘어서 알게 된 만큼 까칠해지더라도 여성주의, 좀 깊이, 제대로 알고 싶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여성환경활동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한 마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그땐 또 환경주의에 대한 부족 때문에 발버둥치고 있을지도!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