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전청사는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도 실내온도가 19℃를 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손이 시릴 정도라 사무실마다 춥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손가락이 동상에 걸리고 밤마다 터진 손에 글리세린을 바르는 것이 일과였다. 그래도 집이 춥다고 불만을 터뜨린 기억은 없다. 더운 물에 손 씻으면서 춥다고 불만을 터뜨린 게 언제부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온도 한 가지만 보아도 그동안 우리나라는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물질적으로 잘살게 된 것은 분명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고 절대빈곤을 논하는 단계도 넘어섰다. 그럼 옛날보다 더 행복한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이 이를 숫자로 웅변해주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과 낮은 공적 신뢰 역시 우리 사회가 불만 제로 사회가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잘사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19세기에 중요한 것이 군사력이었다면 20세기는 물질적 풍요이고 21세기는 인간의 삶과 웰빙이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이 반드시 국민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국가를 대상으로 개인의 행복수준과 국민소득을 비교해보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인간의 복지를 측정하는 데 과도하게 물질적인 측면에 치우치지 말고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다양한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한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은 기능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다. 가난은 단순한 소득의 부족이 아니라 역량을 축적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경제성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제공해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 정책목표에 다차원적인 삶의 질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이 개념은 건강, 사회적 관계, 자연환경의 질과 같은 물질적 차원이 아닌 측면을 포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생활의 객관적 조건뿐 아니라 생활조건에 개인의 주관적 인식과 평가 같은 주관적 삶의 질까지 포함해 지수화하고 정책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 및 객관적 지표 모두와 관계가 있다. 객관적 삶의 지표는 개인이 생각하는 평가와는 독립적으로 사회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이고, 주관적 지표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인식 및 평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서로 상이한 철학적 전통에 기반해 발전되어 왔지만 모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선정된 객관적 지표는 이미 시계열자료가 축적되어 있지만 주관적 지표는 새로이 생산되는 지표가 많아 아직 절충주의적 관점의 지표를 생산하기는 어렵다. 객관적 지표도 분야별 가중치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행복이라는 다차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측정하고 지수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 62달러 시절에는 손에 동상이 걸리고 방 저편 물그릇에 얼음이 얼어도 따뜻한 방바닥에 누울 수 있으면 행복했다. 지금은 방 온도가 2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불만족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고 6·25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유별난 해다. 당연히 곱씹어볼 일이 많은 해다. 이제는 우리 국민도 잘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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