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마다 불량검사 눈도장 찍어 내보내요”
경복여상서 20년간 교사 재직 경험으로 ‘인간경영’터득. 엘리베이터 판넬 제조

엘리베이터 운행을 통제하는 컨트롤러의 판넬을 제조하는 (주)지승전자에 박수자(46) 사장이 지난 95년에 첫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20년간 경복여상에서 지리교사로 재직하다 95년 2월에 퇴임하고 사업의‘사’자도 모른채 부도위기에 처해있던 지승전자에 사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공장직원들에게“내가 할 일을 책상 위에 갖다 놓으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공장직원이 박수자 사장에게 내민것은 8가지부품 중 가장 어려운 공정을 요하는 것이었다.

두말없이 팔을 걷어부친 박사장은 손이 부어오르고 부르트도록 작업을 완성해 직원들에게 내밀었다. 전직 교사 출신인 박사장에 대한 불신을 일부러 어려운 일을 갖다 놓는 것으로 표시했던 직원들은 베테랑인 자신들보다 빠른 속도로 너끈히 처리해 내는 그를 본 후부터 깎뜻이 ‘사장님’으로 모셨다.

사실 그 부품을 직원들 앞에서 제대로 만들기까지 박사장의 노력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경리공부부터 시작해 회계업무를 익히고 공장에서 살다시피하며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눈동냥해 부지런히 작업공정을 익혀야 했다. 박사장의 이런 노력은 아직까지 임금체불이 한 번도 없을 정도인 것만 봐도 일단 첫걸음은 성공적인 셈이다.

“교사 출신이 무슨 사업을 하겠느냐는 주위의 의혹이 컸죠. 그러나 결국 교사나 사업가나 인간경영을 한다는 면에서는 똑같다고 봅니다. 사업가는 인재를 잘키워 자기사람 만들어 회사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것이 가장 큰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교사도사람을 키운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거든요. 직원들을 결국 내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일단은 사업가로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죠”

엘리베이터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부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부품 하나의 불량으로 인해 돌아오는것은 인재를 동반한 대형사고이기 때문에 박사장은 여러 부품이 들어간 한 판넬이 완성돼서 나갈 때마다 항상 긴장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완성된 부품에 일일히 눈도장을 찍으며 마음 속으로 “제발 불량없이 제기능을 다하라”고 외친다. 그래서 더욱 직원들에게 팀웍을 강조하며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에게 자신이 항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는 박사장은 “나와 내가족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우리가 납품하는 회사제품이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품 제조에 심혈을 기울이라고 늘 얘기합니다.우리는 결국 부품을 제조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불량만큼은 엄격히 검사하죠.”라고 강조한다.

한 눈에 불량품을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눈이 트인 박사장은 제품을 출하할 때 직접 불량검사를 한다.

생산직과 관리직을 합쳐 직원은 10명. 부품제조업 치고는 적은 인원수지만“작은 기업이라도 알차게 꾸린다는 박사장의 의지로 불필요한 인원은 쓰지 않는다. "아무리 큰 회사에 직원수가 많아도 인력활용을 못하면 그기업의 운명은 머지않아 끝”이라는생각이 머리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강남의 자택에서 안산에 있는 사무실까지 4번이나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다. “급하면 택시 타거나 직원들의 차를 얻어 타면 된다”고 박사장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가끔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갈 때는 친구들이 모시러(?) 오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뭐 내가 차를 가지고 다닐 만큼 여유도 없었고 또 그만큼 급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닐용무도 없었기 때문에 차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직원들에게는 되도록 차를 마련해줍니다. 저보다는 직원들이 기동성있게 움직이는 것이 훨씬 더 능률적일것 같아요.”

박수자 사장은 새로운 정보를 캐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뒤지고 안산전문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또한 주변에 있는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내 공장견학을 수없이 했다. 그곳의 공장장들에게서 경영전략을 한 수 배우기도 하고 현장근로자 업무 파악, 회사분위기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디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수출길이 막혀 물건은 창고행이 되고 마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와서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껴야해요.”

박수자 사장이 주변 공장을 다니며 배운것 중가장큰 수확이라면‘현장 팀웍’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팀웍이 잘되는 곳은 회사분위기부터 틀렸다. 스피디한 팀웍을 갖춰야 업무능률성을 향상시키고 불량품도 나오지 않아 결국 기업발전에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오랜 교직생활끝에 제자들에게 더이상 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형식적인 교사생활을 마감한 후 휴식을 계획했던 박사장이 사고로 잃은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며 지금의 자리를 갖게된 데에는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침착하자. 넘지 못할 산은 없다”라는의지때문이었다. ‘남편없는 여자’에 대한 주위의 동정심을 단호히 거부하고 싶어하는 박사장은 이제 지승전자 대표이사로서의 야심을 슬슬 키워 나가고 있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인재는 우리의 보배’라고 쓰여진 액자를 사무실 정면에 걸어놓고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는 박수자사장은 요즘 ‘신바람경영’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항상 외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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