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를‘용(龍)’으로 표현하는것도 조선시대 발상의 연장
이러니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만 들어가면 정말 왕조시대 이상의 권위를 누리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엔 아직도 왕조시대의 발상이 남아있다. 몇 번 지적이 있었지만 우선 ‘대권’ ‘통치권’이란 단어가구시대적이다. 대통령후보를 그것도 공식후보가 되기전에 예비후보를 ‘용(龍)’으로 표현하는 것도 조선시대 발상의 연장이 아닌가. 임금의 얼굴을 용안이라 했고 옷을 곤룡포로 불렀듯이. 이러니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만 들어가면 정말 왕조시대 이상의 권위를 누리려고 한다. 외국의 정치학자가 지적한 ‘선출된 왕’(THE ELECTED KING)이라는 표현이 우리 역대 대통령의 이미지엔 잘 어울린다.

더구나 ‘전심’ ‘노심’ ‘김심’등 대통령 1인의 심중이 전체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는 발상이 그렇다.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와 지지로 국정을 수행한다. 많은 여론조사 결과 김영삼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한자리 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보사태 결과 차남 김현철씨는 이권개입 관련으로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통령은 현철씨 관련부분으로 이미 국민들에게 사과를 한 바 있고 92년 대선자금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혹을 받고있다.

그럼에도 아직 언론에서는 ‘김삼’의 향방에 대해 여러가지 억측이 분분하다. 국민의 지지는 떨어졌을 망정 신한국당의 총재로서 아직도 차기 여당후보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이 여당후보가 올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모순이 전혀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는 데에 모순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다. 필자가 기자이기 때문인지 87년, 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러모임에 나가면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1년 전부터 화제에 오르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질문이 좀 다르다. “누가 여당후보가 될 것 같으냐”라는 질문이 대다수다.

야당후보가 대충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여당후보의 결정이 중요한 변수임은 분명하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여당후보가 유리했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적인 여야정권 교체를 못해 봤기 때문에 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 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이전과는 달리 야당은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와의 후보단일화 변수외에는 별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당에 비해 이슈화가 안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여당의 후보 선정과정이 시끄럽다. 과거의 경력과 경륜, 그리고 학력, 친지 관계등 시비가 엉뚱하다.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확보 외에 ‘김삼’에 거슬리지 않도록 항상 신경을 쓴다. 전당대회 시기도 시비거리다. 후보는 대표를 사퇴해야 한다고 난리다.

“김심은 현대표가 아니다”라고 수군댄다. 따라서 후보나 여당이나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정책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김대통령후보가 92년 1년간 ‘노삼’을 얻기 위해 혼신을 다하다 보니 정작 대통령에 당선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국민들도 헷갈리고 있다.

분명 날치기니 한보정국은 여당인 신한국당의 책임이 큰데 김현철씨 구속으로 한보사태는 끝나가고 신한국당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돼버렸다. 웃기는 것은 신한국당의 후보군이 야당후보들보다 더 ‘깨끗한’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은 개인이 아니라 제도와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다. 아직도 대선자금과 한보사태의 책임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대선정국’으로 옮아가서는 안된다.

전·노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교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건만 있고 책임규명이 없다면 같은 사건이 계속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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