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쌓아올린 문화교류의 우정탑
인도문화원 대리역할로 민간외교에 앞장서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인 사회는 보통 4원 체제를 가진다. 행정을 담당하는 대사관과 양국 간의 무역 및 경제 업무를 맡아보는 상공회의소, 자국 교포들의 교육과 양국 문화교류를 관장하는 문화원, 그리고 교포들의 개인적 활동이 그것이다. 이들 기관들의 활동은 대부분 해당국가의 정부에서 운영하며 담당자도 외국인인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해당 국가의 언어와 관련한 우리나라 대학의 학회 및 연구소 활동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김양식씨가 운영하는 한인(韓印)문화연구원은 조금 다르다. 한국과 인도의 문화를 서로 소개하고 연구하는 이 연구원은 김양식 원장 혼자의 힘으로 세우고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16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인문화연구원 창립 16주년 기념 행사장은 한국과 인도의 문화교류를 위해 그동안 남모르게 고생해온 김원장의 노고가 처음으로 인정받는 장소였다. 샤샹크 주한 인도대사가 인도정부의 이름으로 감사패를 전달한 것이다.

김양식 원장은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문단에도 데뷔하여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1981년, 우연한 기회에 인도를 방문하고 타고르 문학에 심취해 뜻맞는 문인들끼리 ‘타고르 문학회’를 세웠다.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인도 문화원이 없어 인도에 관심이 있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이 문학회로 문의를 해 오곤 했고, 그들이 인도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에는 이 문학회로 다시 모여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문학만 연구하던 모임이 미술, 연극, 영화, 문학, 종교, 철학에 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고 명칭도 ‘한인문화연구회’로 바꾸었다가 올해 1997년 1월부터는 아예 전속출판사 ‘샹띠’까지 두고 ‘한인문화연구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도 적지 않은 인도문학 번역서들이 이연구회에서 발간되었으나 인도문학은 상업성이 적다고 하여 출판계에서 흔쾌히 출판을 맡아주지를 않아 퍽 애로가 많았는데 이번에 ‘샹띠’(힌두어로‘평화’, 타고르의 고향마을 이름이기도 하다)출판사를 세우게 되어 이제 그런점은 다소 해소되었으나 재정적인 부담을 김원장이 혼자지는 것은 여전하다. 인도대사관에서 매년 출판보조비로 30만원을 지원 해주지만 연구원유지와 회원 연락, 출판, 행사 개최, 연간저널인 <한인문화 韓印文化>의 발행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결국 김원장이 사재를 털어 뒷받침을 하였기에 오늘날 이런 번듯한 문화원으로까지 성장 할수 있었다.

이 문화연구원은 이제 명실공히 인도와 한국의 명소가 되었다.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은 반드시 이 문화원을 찾아 신고식(?)을 하며, 인도로 가는 한국인은 또한 여기에 들러 선배들과 인도인 친구들의 조언과 정보를 얻는다. 한인문화연구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인도인 중에는 현재 인도 수상인 M.M.브듀랄, 타고르의 문학비서였던 크리슈나 크리파라니, 그리고 이번에 번역서 출판기념으로 특별히 내한한 소설가 히만슈 조시와 시인 디빅 라메슈 등을 들수있다.

샤샹크 인도대사는 이날 기념 행사를 통해 김양식 원장을 ‘진짜 대사real ambassador’라고 칭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한 커다란 업적이 민간인인 여성의 힘으로 이루어 졌다는데 대해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흐뭇한 분위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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