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낭독 공연인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에서 열연 중인 배우 강애심씨의 모습.   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고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낭독 공연인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에서 열연 중인 배우 강애심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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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제공
“죽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동물도 죽을병에 들거나 상처를 입으면 괴로워하기도 하고 저희들 나름의 치료법도 있으리라. 그러나 죽음을 앞둔 시간의 아까움을 느끼고, 아까운 시간에 어떻게 독창적으로 살아 있음을 누리고 사랑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건 인간만의 비장한 업이 아닐까.” (박완서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중에서)

고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서점가에서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 산문집이 베스트셀러에 다시 올랐고, 이해인 수녀 등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고인을 추억하는 회고담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중에 공연계도 고인의 작품을 낭독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다. 지난 15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극단 이루의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가 그것이다.

“매일 밤 그의 손을 꼬옥 붙들고 잤다. 행여 내가 잠든 사이에라도 당신의 영혼이 육신을 훌쩍 떠나가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는 몸짓이었고, 그도 그걸 알아주길 바랐다. 이렇게 결코 그를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처럼 굴면서 나는 뒤로 조금씩 그의 장사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15일 오후, 배우 강애심씨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의 한 구절을 낭독하자 공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인다. 객석 구석구석에서는 관객 중 일부가 훌쩍이는 소리도 적잖게 들려왔다. 직장인 이은영(44)씨는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나서 공연 소식을 듣고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공연장을 찾았다”며 “죽음을 앞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인상적”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공연은 극단 이루가 상시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는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시리즈의 일환이다. 지난해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던 성기웅·하일호 연출가가 손을 잡고 추모 공연 형식으로 앙코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성기웅 연출가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읽고 많은 위안을 받은 작품이라 무대에 꼭 올려보고 싶었다”며 “박완서 선생님도 일종의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병을 선고 받고 죽음을 예감하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하며 다시 작품을 접하니 마음이 아려온다”고 전했다.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박완서 선생이 1988년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후 그 체험을 담담한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배우 강애심씨는 “수필처럼 쓰신 글이라 낭독을 하면서 박완서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인의 입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쉴 틈도 없이 혼자 읽어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공연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고 밝혔다.

늘 박완서를 추억하며 곁에 두고 읽는 독자들에게 그는 항상 ‘문학의 향기로 남은 당신’으로 살아있을 것이다.

한편, 낭독공연 ‘박완서, 배우가 다시 읽다’는 4월 1일까지 오전 11시 30분 종로구 명륜동 선돌극장에서 공연된다. 화·목요일에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연출 성기웅, 출연 강애심·천정하)이, 수·금요일에는 ‘그리움을 위하여’(연출 하일호, 출연 김연진·김지영)가 공연된다. 가격은 1만원이며,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 문의 02-747-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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