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리게 풀어낸 5·18의 기억 저편

제3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푸르른 날에’(연출 고선웅, 작 전경진, 제작 남산예술센터 신시컴퍼니)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정작 푸르지 못했던 남녀의 사랑을 담아냈다. 연인 정혜(정재은)의 임신 사실도 모른 채 도청에서 시민군으로 저항하다 동료들을 계엄사에 밀고했다는 죄책감으로 환각에 시달리다 행려자가 된 민호(이명행)가 장성한 딸과 만나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3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시대적 비극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사연들이 절절하다. 공연은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린다.

2011 신촌연극제의 선정작인 ‘짬뽕’(작·연출 윤정환, 제작 극단 산)은 5·18을 소재로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무겁지 않은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작품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소박한 꿈을 키우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이야기한다. 중국집 춘래원의 배달부 만식은 배달음식을 빼앗으려는 군인 두 명과 실랑이를 벌인다. TV에서 광주 지역에 폭도들이 출현했고 중국집 배달통까지 동원해 국군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춘래원 식구들이 자신들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공연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6월 12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