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자 72%가 여성…유엔, 에이즈 퇴치 선언
지난 30년간 에이즈는 전 세계에서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대의 전염병으로 등극했다. 여전히 3300만 명의 사람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채 살아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유엔에서는 30여개국 정상들과 유엔 친선대사 등이 참여해 국제사회 차원의 에이즈 대책을 논의하는 정상회의가 열렸다. 여기에서 2015년까지 에이즈 신규 감염을 절반으로 줄이는 한편, 모체에서 태아로의 감염을 막기 위해 1500만 명에게 에이즈 치료제를 공급하는 등의 에이즈 퇴치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설정돼 발표됐다. 특히 에이즈의 취약 계층으로 여성과 소녀들을 꼽았다.
에이즈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남성 동성애자들의 병으로 인식됐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수민족,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유엔 여성(UN WOMEN)에 따르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HIV 감염자 중 72%가 여성이며 이들 중 많은 수는 15세에서 25세 사이의 어린 소녀들이다. 국제평화협회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여성의 에이즈 발병 비율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10배나 높다.
이번 회의에서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미셸 시디브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 동안 간과된 여성 환자들의 목소리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여성의 미첼 바첼레트 사무총장 또한 인터넷 뉴스 IP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언으로 에이즈에 걸린 채 살아가는 여성들이 최우선 순위에 놓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을 위한 인권단체인 ‘아테나 네트워크’의 에보니 존슨은 “에이즈 대책에 있어서 여성들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너무나도 부족했다”며 “이번 회의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HIV에 감염된 채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 프리카 치아 이스칸다르는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8세 때 감염 사실을 알았다는 그는 “나는 사실 행운아였다”며 “도시에 살고 있었기에 치료나 교육,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알 수 있었지만 사실 많은 여성이 자신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가수 애니 레녹스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이즈 확산이 선진국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반응은 확실히 달랐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조치이지 미사여구로 치장된 선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정상회의를 통해 도출된 선언문에 대해서도 “산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 감염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면서 “모든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바첼레트 사무총장 또한 “여성들은 어머니이지만 모든 여성들이 어머니는 아니다”라며 여성에 대한 에이즈 대책이 가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