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피해 본 남성들도 고통 호소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에서 결혼을 통한 한국 이주는 ‘코리안 드림’으로 불리는 빈곤의 돌파구였다. 반면 결혼이주 여성들은 자신의 문화를 죽이고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 반강제로 동화, 편입되는 아픔을 겪고 있었다.

박: 필리핀 현지에 가보니 한국인 신랑에 대해 ‘환상’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적지 않았어요. 만성적인 빈곤에 지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한국으로의 결혼이주는 여전히 비상구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선: 결혼이주가 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죠. 우리는 이것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시어머니도 결혼이주 여성 모국 문화 이해해야

남: 필리핀에선 생계를 위한 성매매는 만연하지만 가톨릭 국가의 특수성 때문에 낙태와 피임에 보수적이었어요. 혼혈아나 싱글맘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더군요.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들이 동남아 국가의 사회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결혼이주 여성의 모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는 얘기죠.

이: 베트남은 딸이 친정 부모를 챙기는 모계 중심 사회입니다. 그런 문화를 한국 남자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베트남 여성 살해 사건과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몽골처럼 현지 여성들이 결혼 전 한국 문화 이해 교육을 꼭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박: 필리핀에는 대가족주의가 여전히 남아 있어요. 남자든 여자든 집을 떠나 취업해 돈을 벌면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여성들이 한국에 왔을 때 친정을 돕는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데, 이 같은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남: 필리핀에선 여자들이 거실에 쪼그려 앉아 걸레질하는 관습이 없는데 한국 시어머니들이 이를 강요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고부갈등으로 이혼하는 커플이 상당히 많아요. 시어머니에게 결혼이주 여성들의 문화를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리목적 결혼 금지해도 음성화되어 부작용 심각

선: 국내 이주 여성들을 취재해보니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시집 식구들이 노총각이었던 아들의 결혼을 위해 함께 목돈을 만들어 장가를 보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며느리에 대해 시집 식구 전체가 시어머니가 되어 일일이 간섭하고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소위 ‘본전’ 생각을 하며 며느리를 이용하고 간섭하려는 시집 식구들의 의식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박: 돈을 주고 신부를 사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겠죠.

이: 베트남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결혼이 금지됐지만 통계청 자료를 보면 베트남과의 국제결혼은 오히려 증가했어요. 이것은 음성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 양쪽의 피해가 커지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남: 결혼이주 여성들의 고통 받는 모습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찾을 수 있었어요. 필리핀은 서구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융통성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이 결혼이주 여성으로 타문화에 경직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융화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볼 수 있었어요.

선: 취재를 하면서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배울 것도 많았어요. 나라는 가난할지라도 그들의 양성평등 의식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그들을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에 동화시키려 하기보다 그들의 양성평등 의식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남: 결혼이주 여성들 중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선: 결혼이주 여성들이 양적인 증가에 따라 질적인 증가도 함께 이뤄지고 있어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시에 결혼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미 현지에 거주하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소개팅을 해주거나 여행을 하면서 연애를 시작해 결혼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고학력 결혼이주 여성, 연애결혼도 느는 추세

박: 취재를 하면서 의외로 국제결혼의 피해를 호소하는 남성들도 많이 만났어요. 이들의 입장도 객관적으로 다뤄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요.

이: 특히 베트남 현지 취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어요. 기사를 보고 국제결혼 피해자들의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분도 많았어요. 

남: 독자 중에는 경제적 필요 때문에 결혼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다 엄격한 조건으로 이주 결혼을 어렵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박: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성신문에서 앞으로 보완 취재해야 할 숙제로 느껴졌습니다.

*참석자

박길자 차장(박), 이하나 기자(이), 김남희 기자(남), 김희선 기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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