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 여성들은 한국에서 법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 간단히 말하면 외국인 신분이면서도 한국 가족의 구성원 지위를 가지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 배우자란에 ‘여권’에 기재되어 있는 영문명 표기도 없이 한국어 발음의 이름만 있으며, 생년월일도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인등록증에는 영문명으로 되어 있어서 누가 어떤 발음으로 부르냐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리고 한국 발음에 어색한 이주 여성은 자신을 부르는지 알지 못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종종 벌어진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이주여성상담소에는 하루에도 몇십 건씩 이주 여성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화가 온다. 한국에 입국해서 90일 이내에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도 해주지 않는다, 툭하면 무슨 소린지 모르는 욕을 하고 돌아가라고 해서 오갈 데가 없다, 결혼 생활이 4년이 넘고 자녀가 있어도 영주권이나 귀화 신청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등 내용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불안정한 체류에 관한 하소연이 많다.

이 밖에도 기대했던 것과 다른 현실, 잘못 제공된 정보에 대해 누구에게 원망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결혼 초기 갈등 과정에서 외국인 배우자는 극단적으로 ‘가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불신을 강화하고 한국 가족들은 필사적으로 한국 체류를 막기 위해 문제 해결이나 이혼 절차를 밟지도 않고 강제 출국을 서두르고, 모국으로 돌아가서도 자신의 혼인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없어서 호적을 정리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들도 접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국가 경계를 넘는 초국가적 행동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매우 제한적이고 협소하며 차별적 요소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혼인절차를 마치고 비자심사까지 하고 입국했음에도 한국 배우자의 신원보증과 발품에 철저하게 의존해야 하는 출입국 시스템이다. 또한 제도적으로 한국 체류가 가능한 배우자 유책 사유로 이혼을 했어도, 배우자와 사별한 이주 여성에게도 한국 거주 사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자녀 양육권을 가진 외국인 엄마는 미성년 자녀의 거주지를 옮길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당해 쉼터에 입소해 있더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를 동반하고 있지 않다면 사회복지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도 국제결혼의 일상에서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외국인 신분 때문으로 차별 받게 되는 것에 대한 제도 개선이며, 그 간격을 줄이는 동안 필요한 것은 일선 담당 공무원들이 보다 합리적이며 평등하게 법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융통성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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