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녀 가정 늘면서 고가 유아용품 수입 2억 달러 돌파
수입 유모차 한 대 179만원·미국산 분유 한 통 4만원
최근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고가의 유아용품 수입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하나뿐인 자녀를 남다르게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100만원이 넘는 수입 유모차와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유아복을 망설임 없이 구입하고 있다. 반면, 토종 유아용품 업체들은 외국 업체에 밀리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아용품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사상 최초로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난 2000년 1.47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떨어지며 유아용품 시장도 침체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다. 같은 기간 유아용품 수입액은 3300만 달러에서 2억2800만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단연 기저귀다. 지난해 기저귀 수입액은 5500만 달러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48.3%나 된다. 전체 기저귀 수입액의 95.2%가 일본산 제품으로, 올해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로 수입액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아용 의류와 유모차 수입액도 지난해 각각 5100만 달러, 3900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 수입 유아용품 판매업체는 “최근에는 가정마다 자녀들이 한 명 내지 두 명인 경우가 많아, 아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내 아이를 ‘골드 키즈’(gold kids)로 키우려는 젊은 부모가 늘어났고 이들이 고가의 수입 유아용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출산 장려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유 및 기저귀 품목 수입부가세 면제와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수입 유모차 관세 폐지 및 유아의류 관세 인하가 수입산 유아용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해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도 촉진시켰다.
문제는 유아용품 수입이 급증함에 따라 내수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실제 지난 2월 32년 역사의 유아복 업체인 ‘베비라’가 경영 악화로 파산했다.
국산 유아용품의 국내 매출액은 지난 2005년 이후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수출액은 2000년 1억8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800만 달러로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아용품 업체들이 해외 업체들에 밀리는 것이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정보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의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유아용품 생산업체 베이비프라임을 운영하는 안정식 대표는 “요즘 해외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유아용품 시장이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 대표는 “광고하지 않고 오로지 품질로 승부하며 10년 넘게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면서 외국 어느 상품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는 품질을 보고 구입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국내 업체들도 몸집 불리기와 광고에 매달리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조금 더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