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가 열렸다. 음식점 종사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 1.5%로 인하와 함께 의제(농·축·수산물 등)매입세액공제율의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음식점 종사자들에게 적용되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이 2012년으로 일몰 종료되는데, 이 제도의 영구화를 요구하는 것.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농·축·수산물과 임산물을 매입하는 경우 직접 부담한 부가가치세는 없지만 매입가액의 일정 비율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음식점 종사자들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당초 일몰 시한을 정하고 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제도의 영구화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듯 법률이나 각종 규제에도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기간이 종료되면 법률의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통상 일몰조항이라고 하는데 법률은 한 번 만들어지면 입법·제정 당시의 여건이 달라져 불필요하더라도 삭제하는 것이 어려운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조세법에서 일몰조항이 활발히 적용된다. 조항의 수명이 보통 2~3년이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 이를 인지하고 활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몰이 정해진 세법 조항에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아파트 관리비의 경우 규모에 따라 부가가치세 부담 여부가 다르다.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지만, 이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2014년 말까지만 부가가치세 면제 조항이 적용된다. 당초 올해 말로 종료됐어야 하는데 ‘2011 세제개편안(9월7일 발표)’에 따라 3년 연장된 것이다.

서화 및 골동품의 양도에 관해서도 일몰조항이 있다. 작고 작가의 6000만원 이상의 서화(회화, 조각 등)나 제작된 지 100년이 넘는 골동품은 2012년까지 양도에 관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그마저도 생존 작가의 작품은 양도에 대한 세 부담이 없다. 서화·골동품의 과세 방안은 조세 분야의 오랜 논란거리였다. 부자들의 미술품 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해당 일몰조항이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인데, 2013년부터 과세가 이뤄진다고 하나 예정대로 일몰이 적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밖에 영유아의 기저귀나 분유의 부가가치세도 2014년까지로 면제 연장됐고,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조항도 올해로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세제개편안에 따라 2014년까지 연장 적용된다. 올해까지 일몰 예정이었던 42개의 조항이 9월 7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라 폐지 혹은 연장됐고, 내년에는 약 91개의 조항이,  2013년에는 20여 개의 조항이 일몰 적용된다.

세법은 부의 재분배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세금의 기능 때문에 세법의 입법·제정 과정에는 여러 목소리가 경합을 이룬다. 이익집단의 개입은 일몰조항에서 더욱 그러하다. 세법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이나 제정하는 국가부처, 이를 해석하고 세금을 거둬들이는 국세청 모두 좀 더 긴 안목에서 세법을 지켜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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