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지시 인근의 조양천시장. 농촌지역인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대부분은 옌지 시내로 팔려나가 환경과 생활, 경제 부분이 모두 맞닿아 있습니다.
옌지시 인근의 조양천시장. 농촌지역인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대부분은 옌지 시내로 팔려나가 환경과 생활, 경제 부분이 모두 맞닿아 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성의 몇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인근 지역보다 먼저 개발된 도시는 빼곡한 고층건물 사이로 보이는 외국 기업의 간판과 자동차, 사람들로 가득해 중국 베이징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다른 면도 있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낮은 평집뿐이었던 어느 지역의 풍경은 십수 층을 헤아리는 건물 공사와 도로 포장으로 분주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흑묘백묘론(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론)으로 대표되는 발전정책 이후, 역동과 풍성을 넘어 점점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해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지내고 있는 곳도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주택가 곳곳의 쓰레기장에는 분리 배출하지 않은 생활쓰레기들이 버려집니다. 하수시설이 열악한 골목의 생활하수는 개천으로 여과 없이 흘러들어 갑니다. 이 물은 약간의 정화를 거쳐 인근 농촌지역 농업용수로 사용되지만 곧 농약으로 오염됩니다. 저를 비롯한 옌지시 사람들은 시장에서 인근 농촌의 작물들과 그것으로 만든 식품들을 사 먹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경제형편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야만 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살고 있는 평집은 구들과 가마솥이 있고, 불을 지펴 난방을 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평집에서 지내는 한 식구가 겨울을 나려면 약 4톤의 석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북한, 몽골 등 인근 국가로부터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해마다 가격이 10% 가까이 오르고 있지만, 전국의 석탄 소비증가 수치는 매번 신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의 석탄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안전을 뒤로한 채 벌이는 대규모 탄광사업으로 해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석탄사업과 더불어 각종 정화사업 또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은 결국 우리 모두가 숨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임을 확인하게 합니다.

중국이 환경오염에 대해 전 세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기업을 비롯한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듯 보입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러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모습들은 결국 먹을거리까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도 깊이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모두가 숨 쉬고 딛고 살아야 하는 전 지구적인 문제입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