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 비판
관객 웃음 유발하는 조소와 풍자
정지영 감독이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2007년 세간을 들썩이게 만든 ‘석궁 테러 사건’을 모티프로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사법부의 부조리한 모습을 통해 법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한다.
개봉 2주를 넘긴 ‘부러진 화살’이 동원한 관객 수는 200만여 명. 2주 동안 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도가니’에는 못 미치지만 제작비가 15억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성공이다. 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미 법원 판결까지 나와 사회적으로 일단락된 듯했던 사건이 영화로 제작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전에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국민의 기억을 되살리는 ‘화려한 휴가’등의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요즘처럼 특정 사건을 공론화해서 재조사에까지 이르게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란 원래 인간의 삶과 사회, 그리고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다. 항상 오락적인 요소만 가지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진실공방이나 정치적 문제와는 상관없이, ‘문제작’이 적었던 우리 현실에서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과 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영화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보니 제작진의 시각과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한다. 대중이 이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바라보고 특정 인물들에게 낙인을 찍으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관객의 역할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영화가 감독의 이 시대, 이 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이 온전한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 큰 의문은 시사교양물이나 책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부러진 화살’은 극으로만 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 안성기(김경호 교수)와 박원상(박준 변호사) 두 배우의 빛나는 투톱 연기가 눈길을 끈다. 철저한 원리원칙 주의자인 피고와 알코올중독자 노동변호사의 만남은 어두운 영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내용이 법원에서 이뤄지는 법적 공방으로 채워져 있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논리적인 증거로 긴장감을 높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판사와 억지논리를 펼치는 검사에 대한 조소와 풍자로 재미를 더했다. 변호사보다 더 뛰어난 지식의 김 교수가 “검사와 판사를 몇 조 몇 항으로 고발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나, 그의 말에 정당한 반박을 하지 못하고 ‘기각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판사의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