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내려온 곳이기에 안주할 수가 없었다. 처음 와선 물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용하고 긴 농촌의 하루하루는 자꾸 가라앉게 했기에 두리번거리며 일을 찾아다녔다. 우선 아침이면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 아름다운 호수 경관을 해치는 환경들(지저분한 화장실)이 눈이 띄었다. 안성시 사이트에 이 문제를 올렸더니 며칠 후 화장실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누군가 꿈틀대면 변화를 줄 수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마을에 불편하거나 바뀌었으면 하는 일들을 면장에게 연락했더니 하루는 면에 한번 오라는 것이었다. 지역 자치위원을 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 주업인 독서지도사를 하면서 지역자치위원 5년, 지역해설사 7년째, 안성의료생협대의원, 이용위원, 도서실 방학 무료 특강과 농한기 마을 노인들 민요교실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달력을 빼곡히 채우며 찾아다녔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했다. 도로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든지 낚시꾼들에게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을 나눠주는 등 지역 가꾸기에 힘을 보탰다. 그 모임을 이름으로 의제21에서 주최하는 ‘꿈의 마을 만들기’에 공모를 해 도움을 받았다. 이왕이면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에 힘을 합쳐보자고 이장님들이 말해 사업에 공모를 하게 됐던 것이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었다. 몇 차례 떨어져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4개 마을 이장님들과 힘을 합쳐 수십억원의 예산을 따내어 사업을 실행한 지 올해로 4년째다. 법인 구성에 전 주민의 3분의 1가량이 참여하는 높은 성과로 평가위원들의 좋은 평도 받았다.
10년 전 도시를 떠날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은 일거리 찾기였는데, 숙박업으로 펜션이라는 말이 처음 나올 때이기도 했다. 전국에 펜션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나는 그곳들을 찾아다니며 용기를 얻어 펜션업을 시작했다. 그간 농촌의 변화를 위해 일하면서 도시인에게 쉼을 주는 숙박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도시 아파트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농촌에서 자연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만들어 도·농이 상생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마을 사업을 연계해 4개 마을을 학습장으로 삼아 재미있게 자연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호수 주변으로 4개 마을이 있는데 곤충 체험장, 숲 체험장, 도자기, 장류 체험, 계절별 농사 체험, 글쓰기 체험, 목공예 체험, 음식 만들기, 옛날 이야기 듣기 등 집집마다 갖고 있는 체험거리들을 연계해볼 계획이다. 이렇게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농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