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존재감 느끼는 것이 행복

정말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이르는 명승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일정과 숙소만 정하고 가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 머물고 바람 부는 대로 가다가 쉬는 슬로 방식의 여행이었다.

먼저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 도착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건축미학으로 불린다는 아름다운 우리의 옛 정원 소쇄원은 입구에서부터 곧게 뻗은 대나무 숲으로 우리를 맞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와불로 유명한 화순의 천년고찰 운주사로 향했다. 운주사는 우리나라 풍수의 원조라 불리는 도선국사가 터를 잡은 명당으로 천불천탑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신선이 내려왔다 올라갔다는 승선교로 유명한 순천의 선암사에서는 단아하고 기품 있는 600년 천연기념물 선암 매화의 위용을 보았으며, 역사와 민속 그리고 생태가 어우러진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어떻게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가야 하는지 배웠다.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알려진 남해의 해안도로를 지나 산비탈을 깎아 곧추 석축을 쌓은 계단식 논다랑이를 보며 척박하기만 한 우리네 농업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남해의 은빛 모래 상주해수욕장의 겨울 바다를 바라보면서 큰 심호흡을 했다. 남해도의 기암을 자랑하는 국가 지정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 금산 보리암에서는 우리나라 관음보살의 3개 기도처로 널리 알려진 덕분인지 수많은 방문객들에 놀랐다. 마지막 여정인 충절의 고장 진주에서는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하여 순국한 논개를 기념한 의암, 진주 남강과 촉석루를 보면서 애국심을 배웠다.

여행을 통해 우리 강산의 면모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쁨을 누렸으며,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행복을 체험했다.  

얼마 전 어느 취업포털이 직장인 700명에게 돈이 얼마나 있으면 부자라고 느낄 것 같으냐는 질문을 했더니, 10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20.4%로 가장 많았고, 3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19.1%로 뒤를 이어 평균 45억원이 부자의 기준이었다고 한다. 10억원이면 부자라고 생각하던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행복한 것일까?

사실 누구에게나 인생 최고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한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이스털린이라는 학자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에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물질적 풍요 또는 소득수준과 행복 사이에 역설적 관계가 있다는 일명 ‘이스털린 패러독스’를 발표했다. 서울대 이정전 교수는 ‘우리는 행복한가’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행복감을 주는 것은 운동이나 악기 연주 같이 쉽게 물리거나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밖에도 여가, 깨끗한 환경, 아름다운 경관, 좋은 인간관계 등이 주는 행복감처럼 물리적 소비의 대상이 아닌 것들이 행복감을 준다고 했다.

법정 스님은 “소유한 것을 버리고 모든 속박에서 그대를 해방시키라. 그리고 존재하라.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풍부한 소유보다 풍성한 존재를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에 제일이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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