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랜차이즈 옆에서 6년째 사랑받는 동네 빵집
곡물 발효종으로 제대로 발효한 ‘건강 빵’으로 입소문
일곱 번 도전 끝에 대전 최초의 여성 제과기능장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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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권을 점령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옆에 자신의 가게를 열고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제과기능장이 있다. 6년째 대전 대덕구 중리동에서 ‘레시피제과’를 운영하는 하연옥(35·사진) 대표는 프랜차이즈 제과 업체 바로 옆에 빵집을 열어 정면 승부하고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엄청난 광고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에 동네 빵집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지만 레시피제과에서 만큼은 이러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것.

“프랜차이즈 빵집 옆에 가게를 낸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망하려고 작정했다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대기업에서 상권 분석까지 했을 테니 더 잘될 것이라고 큰소리쳤지요.” 

하 대표가 대기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자신이 만든 빵에 대한 자부심 덕분이다. 그가 처음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하지만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초등학생 시절 맛본 발효종 ‘성심당’의 단팥빵 맛을 보면서부터다. 성심당은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다. 그는 “금방 나온 따끈한 빵을 먹다보니 ‘팥소는 어떻게 넣었을까’ 궁금해졌고 그 호기심이 결국 제가 빵에 인생을 걸게 된 계기”라고 했다.

운명처럼 걷기 시작한 파티시에(제과제빵사)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학원에서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땄을 무렵 그에게도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차릴 기회가 있었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치면 심사 후 무이자 대출을 해주었던 것. 그러나 하 대표는 심사에서 탈락했다.

“탈락 전화를 받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걸으며 눈물을 펑펑 쏟았지요. 그때 날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이를 악물었어요. 그런데 지금 저희 가게 바로 옆에 있는 베이커리가 그때 그 회사예요. 인생 참 아이러니하지요.”

탈락은 그에게 쓴 약이 됐다. 그 이후 현재 ‘멘토’인 박찬중(경성베이커리 대표)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파티시에 인생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년 후에는 대전의 유명 빵집들에서 배우며 그만의 ‘레시피’를 완성해나갔다.

하 대표는 지난해 또 다른 도전에 성공했다. 4년간 7번의 도전 끝에 제과기능장 자격을 취득했다. 대전에서 여성으로 제과기능장이 된 것은 하 대표가 최초다.

그러나 최근 서울 홍대 인근 리치몬드제과점의 폐점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대한민국에 8명밖에 없는 제과명장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곳으로 평소 롤모델로 여겨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제과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참 마음이 아프다. 골목상권을 장악해버린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3개에 1000원’ 식의 초저가 빵으로 공략 중인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동네 빵집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된 게 소비자들에게 신념이 담긴 건강한 빵을 선택하는 시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직접 배양한 천연 곡물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손님들이 “아이에게 밥 대신 먹여도 미안하지 않은 빵”이라는 칭찬을 할 때마다 가슴 한편이 뿌듯해진단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밀가루로 만드는 것 같아도 만드는 사람의 가치에 따라 빵도 달라진다”며 “정성과 신념이 담긴 빵은 제 얼굴이고 자존심”이라고 자신했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결혼은커녕 15년간 제대로 휴가 한 번 가본 적 없는 그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며 정감 어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주위에서 분점을 내자는 권유도 있지만 하 대표는 “그저 겉모습만 화려하고 잘 팔리는 빵이 아니라 먹으면 행복해지는 빵을 만들려면 더 ‘숙성’이 필요하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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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옥 대표의 성공 Point

- 한 번의 실패가 결코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긍정적으로!

- 자신만의 천연 곡물발효종을 개발해 맛과 영양으로 승부.

- 단골 고객은 손님이 아닌 이웃이자 친구. 진심으로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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