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중시하는 양성평등 정치인”

지도자는 자기 검증 과정 거쳐야

이날 발제를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은 정치인의 리더십을 ‘문제해결 능력’으로 정의했다. 김 원장은 “지도자는 예상했던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뉴얼에 없는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사람들에게 물어 답을 찾고 정보에 의지해 의사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지도자의 리더십을 설명했다. 최종 의사결정과 책임은 리더의 몫이므로 답을 찾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얼마 만큼 의지를 갖고 노력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원칙 모델 제시(Model the Way) ▲비전 제시를 통해 영감을 줄 수 있는지(Inspiring a shared Vision) ▲도전하는 과정을 거치는지(Challenge the Process)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독려하는지(Enable Others to Act) ▲사기를 높일 수 있는지(Encourage the Heart) 등 제임스 쿠제스와 베리 포스너의 5가지 리더의 평가 기준 틀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이제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할 틀이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 헌법기관이 여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벌써 첫 번째 원칙인 가치와 원칙의 문제에서 벗어난다”며 “어떤 공동체를 이상적 공동체로 생각하는지, 남녀가 함께하는 세상에 대한 젠더적 관점의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는 정책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당장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공보물을 보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이 5가지 원칙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가장 편한 방법인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데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을 지닌 사람

김은주 소장은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며 특히 “여성 정치인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성평등 가치관을 지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선미 하랑성평등교육문화 연구소장은 “성평등, 성주류화 등 젠더 개념이 넘쳐나 말로 젠더 감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새 지도자는 성평등 이슈와 관련해 구체적 대안과 실천 방법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도 “최근의 정책 키워드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을 구분할 수 없다. 복지에 대한 담론도 지금은 각 정당의 정책 관점이 차별화돼 있지 않다”며 “남녀 문제도 과거처럼 극단적이기보다는 젠더, 계층, 세대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령화, 저출산, 노동, 환경문제가 얽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해 “지도자는 연금과 여성 고용문제를 연결시키고, 주택과 취업, 여성 일자리, 성폭력 문제 등 여성정책 전반뿐만 아니라 구체적 이슈에 성평등 정신이 녹아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통계센터 연구위원은 “성평등을 이야기하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성주류화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캠프에 젠더 전문가가 있는지 공개해야

지도자의 정책 추진 의지도 중요하게 논의됐다. 강선미 연구소장은 “스웨덴의 경우 성평등제도이 잘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정치지도자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웨덴에는 성평등 옴부즈맨 기구가 있어 법을 안 지키는 곳에 강력한 패널티를 제시할 수 있는 막강한 파워가 있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성정책이나 제도는 나름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책 체감도가 낮다. 일·가정 양립 제도의 경우도 기업에서 잘 시행하지 않음에도 적절한 제재 조치나 불이익이 없어 실효성이 약하다. 법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국민 정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성평등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성평등 조정기구’에 대해 참석자들은 논의를 이어갔다. 김은주 소장이 “성평등 조정 기능을 하려면 국가인권위 정도의 위상을 가져야 한다”고 하자, 홍승아 연구위원은 “여성가족부의 정책 영역이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와 겹쳐 있다. 여성가족부의 정체성과 위상을 높이고 부처 간 성평등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과 권한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책 추진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강선미 연구소장은 “선거 때 어느 정당이 여성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우선순위로 고려했는지, 젠더적 관점이 있는지, 전문가 풀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고, 김은경 원장도 “어느 캠프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보 공개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은 자기 의지로 ‘여성’ 뗄 수 없어

여성 정치인과 관련된 논의도 이어졌다. 김경희 연구위원은 “여성 정치인들 중에는 ‘여성’을 내세우면 정치인으로 크는 데 오히려 안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여성 이익을 대변하길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의 좋은 상징성은 상당히 활용하고 싶어 하는 미묘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원장은 “여성 정치인이기에 여성은 피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은 ‘여성 정치인’으로 보고 있기에 여성 정치인이 자기 의지로 ‘여성’을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경희 연구위원은 “유권자가 먼저 ‘우리는 이런 여성 정치인을 원한다’고 확실히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유권자들이 정책 모니터링을 통해 격려와 칭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선미 연구소장은 “여성 이슈가 반드시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 분명한 젠더 이슈에 대한 업그레이드 된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발제를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을 비롯해, 강선미 하랑성평등교육문화 연구소장,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통계센터 연구위원,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