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진보 내세우며 가부장 모습은 그대로”
민주통합 지도부 ‘당규대로’ 소신에 박수

민주통합당이 당규로 확정해 이번 총선에 첫 도입하는 ‘지역구 여성 15% 의무공천’과 관련해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2일 민주통합당 사십여명의 총선 남성 예비후보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설된 당규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제7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60조)는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 선택권과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며 즉각 폐지를 촉구하면서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최고위원 당무위원 공천심사위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하단 기자회견 전문 참조).

남성 후보들의 반발 움직임은 정청래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한명숙 대표를 비롯해 이미경, 김상희, 서영교, 고연호 등 지역구 출마 예정인 10여 명의 여성 후보 리스트를 들어 “민주통합당이 이대 동문회냐”는 노골적 비난과 함께 본격 가시화됐다. 정 전 의원은 그가 ‘이대 출신’으로 명단에 올린 김유정 의원과 함께 서울 마포을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문제는 남성 예비후보들의 이 같은 반발이 첨예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 일례로 명단에 오른 남성 예비후보들 중 이상수 전 장관은 서영교 전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과 중랑갑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의 동생인 김두수 전 제2사무총장은 김현미 전 의원과 일산 서구에서, 노웅래 전 국회의원은 김진애 의원과 마포갑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냉소적이다. 한 여성 정치운동가는 “기득권을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아니겠느냐”며 “특히 김두수 후보의 경우, 본인이 사무총장이던 당시 최고위 의결에서 여성 지역구 의무공천이 확정됐는데, 개인적으론 반대해도 도의적으론 힘껏 추진할 책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공심위 차원에서도 논란은 있지만 당규대로 간다는 것이 원칙. 강철규 공심위원장은 “저출산, 보육, 교육 등 여성이 주축이 돼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데 반해 여성 정치참여는 너무 적다”며 “다소 무리가 있어도 하려 하는 것이 당규의 취지로 공심위는 최대한 협조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 공심위원들은 물론, 김호기 공심위원(연세대 교수)은 “여성 15%는 진보적 가치로 성평등을 위해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전략공천과 결합해 15%를 풀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과)도 한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18대 총선 당시 오히려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이 민주당(민주통합당)보다 3명이 더 많은 18명을 지역구에 공천한 사실을 들어 성평등 가치를 실현할 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갖추라고 촉구했다. 특히 16대부터 꾸준히 국회에 진출한 여성들을 ‘일회용’이 아닌 직업 정치인으로 길러내야 할 당위성과 함께 지방의원 경력의 여성들을 적극 발탁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통합당은 12일 마감한 공천 신청을 통해 남성 664명, 여성 49명 등 총 713명이 공심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여성 후보 지역구는 45개 정도. 전체 선거구 중 15개 지역은 무주공산으로, 이 중 도봉갑의 경우 고 김근태 고문의 아내 인재근씨가 김 고문의 49재 후 정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국 관계자는 “여성 의무공천 15%는 전략공천과 경선을 통해서도 채울 방침이기에, 공천 신청 마감 후에도 여성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전하며 “공천에 있어 여러 객관적 자료와 경쟁력을 검증해 최대한 무리수를 줄이며 여성 후보를 공천할 것이기에 여성 의무공천에 반발하는 남성 후보들이 여성 우대 제도 때문에 졌다고 하면 핑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여성국 차원에선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하는 남성 후보들에 대해 “절대 복당 불가 방침”을 천명해달라고 공심위에 요구할 계획이다.

진보정당을 제외하고 거대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실시하는 지역구 여성 15% 의무 공천. 그 성공 여부가 특정 정당을 넘어 한국의 여성운동, 나아가 정치사에 중요한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에 반대하는 민주통합당 남성 예비후보 기자회견 전문

“지역구 15% 여성 의무 추천제”는 위헌이다.

지난 2012. 2. 6일 신설된 민주통합당 당규 제7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60조는 위헌입니다.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는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 선택권”과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입니다.

우리는 과거 역사적으로 차별 받아온 여성들을 위한 우대정책에는 항상 환영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근간인 정당은 당헌 및 당규를 만들 때 헌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당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하여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를 도입하려면

프랑스처럼 먼저 헌법을 수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시행하여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신설된 “당규 제7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60조”는 헌법 제1조, 제8조, 제11조, 제24조, 제41조를 위배하였습니다.

국민은 남녀노소를 떠나 어느 국회의원 후보가 자신의 지역을 위하여 가장 좋은 후보인가를 선택할 권리를 헌법상 보장받고 있습니다. “지역구 15% 여성 의무추천제”는 이러한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규 제7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60조”를 즉각 폐지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할 것입니다.

1. 헌법소원을 제기하겠습니다.

2.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습니다.

3. 최고위원 및 당무위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겠습니다.

또한, 만약 공천 심사위원들이 헌법을 위배한 당규를 공천심사에 적용하면, 공천 심사위원 개개인들에게도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겠습니다.

4. 우리는 정치적 중대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우리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와 우대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헌법을 지키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시행해야 합니다.

한명숙 대표님, 최고위원님들, 당무위원님들, 공천심사위원님들 우리의 민주통합당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역구 15% 여성 의무 추천제”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예비후보 일동

강백수 강훈식 곽광혜 권보근 권영우 김두수 김다섭 김명원 김명진 김성호 김영근 김완용 김 용 노식래 노웅래 도천수 박순환 박인환 박재웅 백병기 신맹순 안규백 유상두 유용화 윤진호 이상수 이승로 이승채 이준길 이 훈 임동순 임익강 임재훈 정경환 정성태 정세현 정재호 정청래 정형호 조현우 최창환 황주홍 한 웅 

 

참고사항 :

1. 민주통합당 당규 제7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

제60조 (지역구국회의원선거의 여성후보자 추천)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지역구 공천후보자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여야 한다.

2. 헌법:

第1條 ①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

②大韓民國의 主權은 國民에게 있고, 모든 權力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

第8條 ①政黨의 設立은 自由이며, 複數政黨制는 보장된다.

②政黨은 그 目的·組織과 活動이 民主的이어야 하며, 國民의 政治的 意思形成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組織을 가져야 한다.

③政黨은 法律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國家의 보호를 받으며, 國家는 法律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政黨運營에 필요한 資金을 補助할 수 있다.

④政黨의 目的이나 活動이 民主的 基本秩序에 違背될 때에는 政府는 憲法裁判所에 그 解散을 提訴할 수 있고, 政黨은 憲法裁判所의 審判에 의하여 解散된다.

第11條 ①모든 國民은 法 앞에 平等하다. 누구든지 性別·宗敎 또는 社會的 身分에의하여政治的·經濟的·社會的·文化的 生活의 모든 領域에 있어서 차별을받지아니한다.

②社會的 特殊階級의 制度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形態로도 이를 創設할 수 없다.

③勳章등의 榮典은 이를 받은 者에게만 效力이 있고, 어떠한 特權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第24條 모든國民은法律이정하는바에의하여選擧權을가진다.

第41條 ①國會는 國民의 普通·平等·直接·秘密選擧에의하여選出된國會議員으로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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