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베트남의 한 마을에서 일주일간 지낸 적이 있다. 조류 전문가들과 멸종 위기의 저어새를 찾아 떠난 생태 기행이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내 생활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됐다. 낮 동안에는 저어새를 찾아다녔다.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저어새를 발견하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새들이 날아가는 곳으로 달려갔다. 밤이면 칠흑 같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쳐다보았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바닷가 모래사장 속에 묻혀 있던 알에서 깨어난 아기 바다거북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간다. 한밤중에 바다거북은 바다를 어떻게 찾는 것일까? 파도 소리일까? 아니다. 빛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한밤중에 가장 밝은 곳은 바다였다고 한다.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달빛에 출렁이는 바다가 어둠 속에선 가장 밝은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서 지내면서 달빛과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가 어둠 속에 유난히 밝아보였던 기억이 난다.

별빛에 반짝이는 밝은 바다, 그곳을 향해 기어가는 것은 수천 년 동안 학습되어 본능이 되어버린 바다거북의 습성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불빛 때문에 그들은 길을 잃고 만다. 해변에 세워진 시설들이 밝혀놓은 불빛에 이끌려 바다와 점점 먼 곳으로 기어가게 된다. 그러다 말라죽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바다거북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은 것은 바로 불빛이라는 생태학자들의 주장은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불빛 때문에 수많은 새들에게도 참극이 빚어진다. 철새들은 별자리를 등대 삼아 이동한다. 별빛을 따라 비행하다가 인간이 세운 높은 탑이나 건물의 번쩍이는 불빛에 길을 잃기도 하고, 탑이나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한다. 새들이 유난히 많이 부딪혀 죽는 빌딩의 불빛을 절반으로 줄이자 죽는 새의 개체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조류보호협회(ABC)는 미국에서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한해에 3억~10억 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대지방과 열대지방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수많은 철새들이 찾는 곳이다. 빛 공해가 심각한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도 셀 수 없이 희생되고 있을 것이다.

빛 공해는 우리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방암, 편두통, 수면장애, 소화불량, 우울증, 피부 노화, 피부암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다. 그리고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헤는 낭만과 여유를 잃어버렸고, 별을 쳐다보며 우리가 광활한 우주 속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아볼 계기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빛 공해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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