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의 여자 선수들 감동의 드라마를 일궈내다

지난 7월 27일 개막한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 여자 대표선수들은 그동안 흘렸던 땀들을 감동의 드라마로 국민에게 전했다. 양궁, 펜싱, 사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선전했고 핸드볼과 배구에서는 뭉클한 감동을 보여줬다.

한국 여자양궁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신궁의 명성을 지켰다. 지난 7월 30일 런던 로즈 크리켓그라운드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중국을 210-209로 꺾고 7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궁단체전 경기가 채택된 이래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계속 금메달을 따낸 것. 그동안 국제양궁연맹(FITA)은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라도 하듯 올림픽 경기 방식을 네 차례나 바꿨다. 이변의 가능성을 높여 재미를 더하자는 의도였지만 한국의 금메달 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3일 뒤, 기보배는 개인전 결승에서도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맞아 슛오프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를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은 물론 개인전도 화살 한발 한발에 웃고 울며 가슴 졸여야 했던 극적인 승부였다. 이로써 한국 여자양궁은 84년 LA올림픽 이후 여자양궁 금메달 15개 가운데 14개를 가져왔다.

기대했던 펜싱의 남현희(31·성남시청)가 플뢰레 개인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한국 여자 검객들은 펜싱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김지연(24·익산시청)이 사브르 개인전에서 러시아의 소피아 벨리카야를 15-9로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랭킹 2위 벨리카야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이변에 세계는 놀랐고, 5일 전 ‘신아람 선수 오심 사건’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통쾌함을 안겨줬다.

개인전 준결승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신아람(계룡시청)은 에페단체전에서 최인정(계룡시청), 정효정(부산시청), 최은숙(광주 서구청)과 함께 은메달을 획득해, 개인전에서의 억울함을 스스로 극복해내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남현희는 플뢰레 단체전에서 정길옥(강원도청), 전희숙(서울시청), 오하나(성남시청)와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펜싱이 세계무대에서 강호로 인정받은 것. 국내 남녀 등록 선수가 1450명에 불과한 한국이, 한국의 태권도장과 비교될 수 있을 만큼 펜싱 클럽을 보유한 유럽 강호들을 꺾는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사격에선 ‘겁 없는 막내’인 샛별 김장미(20·부산시청)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장미는 여자 25m 권총에서 792.4점으로 베이징올림픽 우승자인 천잉(중국)에 역전승을 거둔 것. 펜싱과 사격에서의 금메달은 확신하지 못한 데서 거둬들인 것이어서 더욱 값진 것이다.

구기종목에서 한국 여자선수들이 보여준 드라마의 감동은 더욱 진하다. 여자핸드볼은 8일(한국시간) 벌어진 8강전에서 러시아를 맞아 권한나(서울시청), 우선희(삼척시청), 유은희(인천시체육회)가 공격을 주도하고 골키퍼 주희(대구시청)가 선방, 24-23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랐다. 세계 랭킹 2위인 러시아는 최근 전적에서 월등히 앞선 데다 우리 선수들보다 평균 신장 10㎝, 몸무게 7㎏ 이상 우세해 체력과 힘에서 압도하는 상대였다.

한국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낸 뒤 8회 연속 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 ‘우생순’ 재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후반 중반까지 22-19로 점수 차를 유지했다. 그러나 종료 4분50초 전에 22-22 동점을 허용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권한나(서울시청)의 득점으로 한숨을 돌렸고 이어 유은희가 다시 한 골을 터뜨려 24-22를 만들어 승기를 잡았다.

러시아는 종료 50여 초 전, 24-23까지 따라붙고 10초를 남기고 다시 공격권을 잡았으나 경기 종료와 함께 던진 빅토리아 질린스카이테의 슛이 한국 수비벽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팀 에이스 김온아(인천시체육회)가 무릎 부상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더욱 힘을 냈다. 투지가 일궈낸 감동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도 강호 이탈리아의 벽을 넘어 36년 만에 4강에 진입, 메달 사냥에 나섰다. 8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8강전에서 이탈리아에 3-1(18-25, 25-21, 25-20, 25-18)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블로킹 4개를 곁들여 28득점을 올린 해결사 김연경(페네르바체)과 한송이(GS칼텍스)의 공격, 세터 이숙자(GS칼텍스)의 협력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아쉬움을 남겼으나 장미란(29·고양시청)은 선수로서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감동을 주었다. 여자역도 75㎏ 이상급 경기에서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이후 그가 보인 모습은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의 기품을 잃지 않아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용상 3차 시기에서 170㎏에 도전했다가 저크에 실패한 그는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한 뒤 바벨에 손 키스를 남기는 ‘의식’을 가져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관중의 박수 속에 경기장을 떠났다.

여자탁구도 메달 없이 귀국해야 했지만 세계 5위 수비수 김경아(35·대한항공)의 선전과 경기장을 떠나며 뿌린 눈물이 안타까움을 전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듀엣에 출전한 박현선·박현하 자매의 결선 진출도 국내 등록선수가 50명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