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불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1일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을 했다. 국민은 10년 만에 다시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시청해야 했다.

문-안 TV토론은 10년 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TV토론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2002년에는 TV토론 전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역선택 방지 조항과 조사 설문 문항에 대해 합의를 했다. 가령 역선택을 막기 위해 여론조사 시점 전 2주 동안 이회창 후보의 평균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면 그 조사 결과를 무효화하도록 했다. 또한 노무현 후보 측이 요구한 선호도 조사와 정몽준 후보 측이 요구한 경쟁력 조사를 절충해 설문 문항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야권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십니까 아니면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십니까?”로 했다.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는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 없이 TV토론을 실시했다.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를, 안 후보 측은 가상 대결(박-문, 박-안)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둘째 2002년에는 상대방이 후보 단일화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들춰내 자질 시비 경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후보 간 감정충돌이 많았다. 정 후보는 노 후보의 과격성과 말 바꾸기를, 노 후보는 현대와 관련된 사항을 토대로 정 후보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 문-안 토론은 의원 정수 축소와 단일화 방식 협상 지연에 대한 공방이 있었지만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상대의 아픈 곳을 할퀴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너무 밋밋한 토론이 됐다. 셋째 2002년 토론에서는 노-정 후보 모두 경쟁자인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이 지주 등장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함께 얘기해 보자”는 주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 문 후보는 대화를 주도하고, 안 후보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면을 보였지만 두 후보 모두 정해진 토론 과제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이번 TV토론은 예의를 갖춘 점잖고(Dandy), 밋밋하며(Dry), 정책 차별성에서 깊이가 있는(Deep) ‘3D 토론’이었다.

그렇다면 TV토론이 후보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TV토론 효과에 대해서는 후보 지지층의 지지만을 강화시킨다는 ‘강화효과(reenforcing)’와 아직 지지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유입효과’가 충돌한다. 외국의 많은 연구 결과는 전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더구나 단일화 여론조사를 TV토론 직후가 아니라 시일이 지난 다음에 실시하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2002년 TV토론에서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보다 잘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토론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정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33.1%로 노 후보(28.4%)를 앞섰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정 후보(29.2%)에 대한 평가가 노 후보(20.8%)보다 크게 앞섰다. 하지만 TV토론 이틀 후(11월 24일) 실시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노 후보(46.8%)가 정 후보(42.2%)를 이겼다. 이는 TV토론 효과보다는 토론 이전의 후보 간 지지도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함축한다.

2012년 대선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야권 단일화는 이미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극적인 효과가 없고, 이질적인 세력이 아니라 동질적인 세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연확대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단일화 여론조사가 끝나면 패배한 후보 쪽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TV토론 직전 3자 대결구도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32.3%, 노무현 25.4%, 정몽준 25.1%였다.

하지만 단일화 직후 조사에서는 이회창 36.7%, 노무현 43.5%였다. 이 후보는 단일화 이전보다 4.4%포인트(p) 상승한 반면 야권 단일후보는 단일화 전 노·정 후보의 지지도 합(51.5%)보다 8%p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구도가 3자 구도에서 양자 대결로 바뀌면서 이 후보를 앞섰다. 더구나 한국갤럽이 단일화 이후부터 대선 때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단 한 번도 노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 정도 단일화 효과가 작동했다는 말이다. 선거 환경도 다르고 대상도 다르기 때문에 2002년 상황이 이번 대선에서도 재연된다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 국민에게 너무 많은 피로감을 주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 단일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문·안 두 후보는 단일화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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