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다양한 전기 난방기기들이 팔리고 있었는데, 그중엔 7000원대의 싸도 너무 싼 중국산 전기난로가 인기였다. 댓글에는 “너무 싸서 우리 사무실 직원들 모두 하나씩 샀어요”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가정에선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겠지만. 직장인들이야 사무실 전기요금이 얼마 나오는지 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값싼 전기난로의 유혹에 넘어가기 쉬울 것이다.

시간당 1㎾ 가까이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제품인데, 모두들 발밑에 전기난로 하나씩 켜놓고 있다는 상상을 하니 아찔했다. 올 겨울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하다는데, 정전사태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전기로 난방하는 일은 비싼 수입 생수로 빨래하는 것과 같이 사치스러운 일이다. 전기난로는 값이 싸지만, 전기는 너무나 값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게다가 전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된다. 석유나 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60% 이상이 사라져버린다. 집집마다 전기를 끌어와 열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나 전기로 난방을 하면 결국 에너지의 3분의 1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가스나 등유난방의 에너지효율은 80%대지만, 전기난방의 효율은 30%대밖에 안 된다. 전기난방의 증가로 인한 국가적인 에너지 손실이 엄청나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전열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상가, 빌딩, 학교, 공장, 종교시설 등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전기난방기기를 과다하게 쓰다가 계약한 것보다 초과해서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초과된 부분에 대해 최대 2.5배 비싼 부가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압으로 계약전력 20㎾ 이상의 전기를 공급받는 곳에 대해서는 올 초부터 초과사용부가금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계약전력을 초과해 요금이 급증한 곳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요금 폭탄을 맞은 교회가 근심에 빠졌다는 뉴스, 학교에서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난방을 잘 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는 교사들의 호소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기요금 부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전사태다. 전기는 요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서 맘대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너도나도 맘 놓고 쓰다가 공급할 수 있는 양보다 수요가 더 많아지는 순간, 아무도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블랙아웃, 대정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올 겨울, 전국이 동시에 정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지역별로 순환하며 단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전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전기난로를 사용하는 일은 현명한 월동 준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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